[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두산 베어스의 마지막 기적은 없었다. 그러나 포기를 몰랐던 곰들의 가을야구는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역사의 감동 신화로 기억될 가치가 충분했다.
두산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3-7로 지면서 3승4패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가을 왕자는 삼성에 내줬지만, 드라마틱한 준우승이었다.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준우승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기적은 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기록보다 가치 있는 기억을 남겼다. 사진=김영구 기자 |
16경기를 치른 두산의 준우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두산은 지난 5일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이 달려있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에서 4위로 밀려 가장 불운한 팀으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포기란 없었다.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치며 기적에 도전했다.
두산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시리즈 2연패를 당한 뒤 3연승으로 극적인 역스윕을 완성했다. 치열한 승부를 벌이며 5차전을 치른 두산은 체력적으로 불리했다. 연장전만 세 차례. 2차전 10회, 3차전 14회, 5차전 13회를 싸우며 V4를 향한 첫 단추를 채웠다.
두 번째 단추는 쉬웠다. 두산은 LG 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잠실 더비를 3승1패로 압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는 연장전 없이 4차전에서 끝내 사흘 휴식을 벌었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단추는 막강한 전력의 삼성.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한 삼성은 3주 이상의 충분한 휴식도 취한 상태였다. 두산은 7차전까지 치를 수 있는 한국시리즈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두산은 체력적 한계를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서울을 떠나 대구 원정길에 오른 두산은 거침없이 삼성을 몰아쳐 2승을 먼저 따냈다. 포스트시즌 4번째 연장전을 치른 2차전은 역대 포스트시즌 최장 경기 신기록인 무려 5시간32분이 걸렸다.
결국 한계점이었을까. 이원석과 오재원이 부상으로 빠지는 등 13경기를 치른 후유증은 5차전부터 감출 수 없었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도 삼성의 뚝심 앞에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2013시즌 가을야구의 마지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고 마늘과 쑥만 먹으며 사람이 된 곰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군신화다. 두산은 2013년 프로야구 역사에 우승 기록을 끝내 남기지 못했지만, 위대한 곰들이 써내려간 ‘야구신화’의 전설은 팬들의 기억 속에 깊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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