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임성일 기자] 설마 싶었던 일들은 모두 사실이었다. 사석에서 농담조로 던진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파장이 커질 줄 몰랐다던 WK리그 감독들의 ‘발뺌’은 거짓이었다. 축구선수 박은선이자 한 명의 여성 박은선을 향한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은 문서화까지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다.
서울시체육회는 7일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서울시체육회 1층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은선 논란’에 대한 입장을 전했다. 지난 5일 WK리그 6개 구단 감독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박은선이 계속 경기에 뛰면 WK리그 자체를 보이콧 하겠다”는 내용의 문서를 공개하면서 박은선의 인권침해와 관련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함과 더불어 선수보호를 위한 대책방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박은선의 오랜 스승인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을 비롯해 주원홍 서울시체육회 실무부회장, 김준수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 참석했다.
선수 이전 한 사람의 인권을 유린했던 ‘박은선 사태’는 모두 사실이었다. 사태가 커지자 ‘농담’이었다던 발뺌도 거짓이었다. 문서로 만들어진, 계획된 ‘죽이기’였다. 사진(서울)= 김영구 기자 |
상식선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사태에 대해 축구팬들과 관계자들은 ‘설마’ 싶었던 반응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믿고 싶지 않았던 일이다. 파장이 크게 번지자 일부 WK리그 감독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농담조로 던진 말이 이렇게 됐다.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짓이었다.
서울시체육회 측은 “언론보도 이후 진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려고 하는 시도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6개 구단 감독들이 의견을 문서로 정리해 여자축구연맹에 공식적으로 접수했다”고 주장했다. 말 뿐인 주장이 아니었다. 서울시체육회는 확보한 문서도 공개했다.
공개한 문서의 여러 항목 중에는 <7. 박은선 선수 진단>이라는 제하 아래 “2013년 12월31일까지 출전여부를 정확히 판정하여 주지 않을 시 서울시청 팀을 제외한 실업 6개 구단은 2014년도 시즌을 모두 출전을 거부한다는 의견”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위례정산고 시절부터 박은선을 가르친 오랜 스승 서정호 서울시청 감독은 “사태가 벌어진 이후 다른 감독과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냐고. 그러자 농담이었다고 말하더라.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돌에 맞는 당사자는 생각하지 않느냐고 항변했다”면서 “어른들이 한 선수를 두 번 죽였다. 선수 이전 한 사람의 인격체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성적만 생각
서울시 체육회 측은 “진지하고 강하게 조치를 취할 것이다. 다시는 성별 판정 논란이 재론되어서는 안되며 이에 어긋날 시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는 선수 인권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보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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