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얻은 것이 많은 승리였다. 유럽예선을 무패(7승3무)로 통과한 스위스를 상대해서 먼저 골을 허용하고 거둔 2-1 역전승이었다. 전반전에 스위스가 보여준 조직력과 압박은 ‘과연’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런 강호와의 경기에서 흐름을 바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차적응 및 체력문제로 후반 스위스는 정상적인 모습에서 거리가 멀었다고는 하지만 한국 선수들을 더 칭찬해야할 경기였다.
내용상으로도 칭찬할 것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김신욱 활용법’에 대한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이다. 홀로 떠돌던 ‘거구’ 김신욱이 아닌 ‘팀 속의 김신욱’이었다. 후방 수비수들부터 중원의 미드필더들 그리고 측면 공격수들까지 허투루 김신욱을 활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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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감독의 소신과 함께 진행된 ‘전진 앞으로’의 효과가 드러나고 있음이 증명된 한판이었다. 스위스전에서 거둔 가장 큰 소득은, 뿌린 대로 거두는 맛을 알았다는 것이다. 사진(상암)= 김영구 기자 |
이밖에도 기성용의 정확한 킥과 적재적소 뛰어든 홍정호가 만들어낸 세트피스 득점,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이후 3년5개월 만에 터진 에이스 이청용의 골, 심리적인 부담을 떨치고 의연한 플레이로 확고부동한 ‘키맨’임을 입증한 기성용의 조율, 이영표가 은퇴하던 날 또 다른 선물처럼 다가온 왼쪽풀백 김진수, 그리고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승리를 챙긴 자신감 등 수확이 많았던 스위스전이다.
개인의 실수로 발생한 경기초반 실점장면, 구자철의 빈자리를 채워주길 바랐던 김보경의 기대 이하 플레이, 한국영의 부상으로 인한 중앙미드필더 조합의 아쉬움 등 부족한 점도 있었으나 전체적으로는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2013년 국내에서 열린 마지막 A매치에서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희열을 느끼고 돌아갔다.
스위스전을 통해 홍명보호가 얻은 여러 가지 중 가장 큰 소득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에 대한 확인이다. 홍명보 감독은 스위스전을 앞두고 “지금까지 해온 경기들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준비할 것”이라는 말로 유지한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해놓은 틀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란 의미였다. 이는, 애초 세운 로드맵이 틀리지 않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나온 방향설정이다.
큰 틀 안에서 세세한 바람도 있었다. “공격은 원활한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나왔으면 좋겠다. 찬스를 만드는 과정이 지난 경기들보다는 나아져야한다. 강팀을 만났을 때도 골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좋아야한다”는 말로 공격수들에게 주문했고 수비수들에게는 “계속해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실점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세트플레이가 매우 좋은 팀이다. 이번에는 무실점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홍명보 감독의 바람대로 이뤄졌다.
또 다시 실점은 나왔으나 개인의 실수였다. 홍명보 감독은 “수비 조직의 불협화음에서 나온 실점이 아니라 개인의 실수에서 나온 것이기에 크게 거론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공격도 만족스러웠다. 상대 히츠펠트 감독은 “한국이 추가골을 더 뽑지 못했던 것은 우리 베날리오 골키퍼의 선방 때문이다. 스위스 수비수들은 골키퍼에게 감사해야할 것”이라는 말로 홍명보호의 공격 전개가 좋았음을 인정했다. 두루 만족스럽던 경기다.
결국 홍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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