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다 끝났다. 아쉬움은 접고 이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큰 문제를 떠안았다. 한화 이글스로 떠난 정근우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한 정근우 잔류를 믿었고, 외부 FA 영입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SK였다. 허나 협상은 결렬됐고, 17일 FA 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남은 FA는 최준석(전 두산 베어스) 1명뿐이다. 당초 외부 FA에 관심도 없던 데다 SK가 찾던 유형도 아니다.
FA 시장을 철수한 SK는 이제 떠난 정근우의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나란히 국가대표 테이블세터를 잃은 KIA 타이거즈와는 길이 다르다. KIA는 이용규(한화)를 놓쳤지만 LG 트윈스에서 나온 이대형을 잡았다. 이용규 대체자로 이대형을 발 빠르게 영입했다. SK는 KIA와 다르다. 시장에는 톱타자 감이 없다. 살 마음도 없지만 사려는 매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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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기(오른쪽)는 정근우를 대신해 SK의 톱타자를 책임질 유력한 후보다. 부상을 털고 완벽한 몸 상태를 갖추느냐가 관건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나마 톱타자로 대체할 선수가 있다. 시즌 막바지 톱타자로 기용된 김재현을 비롯해 조동화, 김강민 등도 있지만 그래도 SK의 미래인 이명기가 첫 번째다. 현재 정상적인 몸 상태는 아니다. 이명기는 지난 5월 8일 두산전에서 홍성흔의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혀 발목 부상으로 쓰러졌다. 이후 개점휴업과 함께 재활에 몰두했다.
26경기 밖에 뛰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타율 3할4푼 34안타 1홈런 11타점 21득점 6도루 9볼넷 출루율 3할9푼1리를 기록해,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첫 해 만점 활약을 펼쳤다. 이명기는 정근우와 함께 테이블세터를 이뤘다. 2번 타순(타율 3할5푼4리)일 때 성적이 더 좋긴 하나, 1번 타순(타율 2할8푼6리)에서도 괜찮았다. 재활 끝에 완벽한 몸 상태만 갖춘다면, 정근우의 빈자리를 메우기에 적격이다.
허나 이명기의 포지션은 좌익수다. 2루수는 따로 찾아야 한다. 유격수 자원이 넘친 반면 2루수 자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사실. 정근우가 시즌 막바지 뛰지 않았을 때 2루수에 주로 기용됐던 건 내야 멀티 자원 최윤석이었다. 그리고 유격수 김성현도 앞서 2루수로 종종 출장했다.
둘 다 수비에 있어 나무랄 데 없다지만 정근우에 비해 부족한 걸 부정할 수 없다. 게다가 타격도 떨어진다. 김성현은 타율이 2할1푼6리에 그쳤고, 최윤석도 타율 1할대(1할9푼4리)였다.
장기적인 포석으로 키우고 있는 박승욱도 있긴 하다
외부 영입 방법도 있다. 내년부터 외국인선수가 팀당 3명으로 확대되면서 타자 1명을 데려와야 하는데, 1번타자와 함께 2루수를 맡을 수 있는 외국인선수로 메우는 방안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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