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만, 타이중) 김원익 기자] “11월에도 야구를 하면서 욕까지 먹어야 합니까?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손가락질인데….”
한 야구인이 2013 아시아시리즈에 출전하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를 두고 한 말이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18일 준결승서 호주 챔피언 캔버라 캐벌리에게 5-9로 패하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동시에 삼성을 향한 비난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폭주했다. 한국 야구에 비해서 한 수 아래로 인식하고 있는 호주 팀에 패했다는 팬들의 분노에 더해, 4개의 실책을 쏟아낸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불붙은 넷심에 기름을 부었다.
좀처럼 패배를 용납하지 못하는 국민정서와 정점에 많이 못 미쳤던 삼성의 대회 경기력을 감안하면 이해가 안가는 분노는 아니지만 다소 과한 측면도 분명히 있다. 아시아시리즈 자체가 태생부터 여러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는 이해를 하지 않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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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에게 2013 아시아시리즈 대회는 잘하면 본전, 못하면 비난을 각오해야하는 대회였다. 준결승 캔버라 캐벌리전 패배 이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삼성 선수단. 사진(대만, 타이중)=옥영화 기자 |
물론 아시아의 챔피언이라는 명분과 한국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구호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점이 너무나 좋지 않고, 대회의 권위나 출전의 동기부여는 현저히 떨어진다. 삼성과 일본의 라쿠텐 골든 이글스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명단에 빠진데는 챔피언에 오르는 여정이 힘들었던 이유가 가장 크다. 더해 자칫하면 이 대회 우승을 위해 경주할 경우 주축 선수들을 잃을 수도 있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했다.
삼성의 경우에도 주축 선수들 다수가 출전이 어려웠다. 선발 윤성환은 정규시즌서 본인의 최다 이닝을 소화하면서 과부하가 걸렸다. 이미 한국시리즈부터 통증을 완화시키는 주사를 맞으며 출전을 강행했던 터라 대회출전이 무리였다. 장원삼 또한 FA 계약이 아니었더라도 한국시리즈서 전력을 다한 이후 구속이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태였다. 캔버라전에서 3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던 배영수 역시 시즌 막판부터 떨어진 컨디션이 한국시리즈를 지나면서, 도저히 정상 투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떨어진 상태였다. 류중일 감독의 간곡한 부탁으로 대회에 출전해 부진하자 결국 대회 탈락의 원흉으로 내몰렸다.
차우찬 역시 한국시리즈 많은 투구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외국인 선발 릭 밴덴헐크 마저 대회에 불참하면서 결국 삼성은 정상 컨디션의 선발 1명 없이 대회를 치렀던 것. 대체선수들이 준수한 활약을 펼쳤지만, 수준이 올라온 대만과 호주 팀들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다. 타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시즌 중에 비해서 이미 배트스피드가 현저히 떨어진 상태. 마음은 앞섰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선수들의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부족한 의욕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타자들의 컨디션이 모두 좋지 않았다.
프로라면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최상의 경기를 펼쳐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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