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스콜라리의 브라질(0-2 패), 히츠펠트의 스위스(2-1 승) 그리고 카펠로의 러시아(1-2 패)까지,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이끄는 톱클래스 국가들과의 연이은 경기를 통해 한국 축구대표팀은 꽤 많은 수확을 거뒀다. 강한 상대, 실질적으로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레벨’들과의 경기를 통해 우리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홍명보호라는 배가 앞으로 잘 가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실질적으로 고무적인 것은 후자다.
홍명보호의 출항 초반은 불안함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은 계속해서 ‘내일을 위한 실험’ ‘미래를 위한 투자’를 외쳤으나 성격 급한 대한민국의 축구 풍토는 그리 오래 기다리지 못하고 조바심을 냈던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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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 초반에는 반신반의했던 홍명보호를 향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신뢰가 커지고 있다.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아무리 카리스마 넘치는 홍명보 감독이라도 주위 공기가 차가워지면 좋을 것이 없었다. “주위에서 어떤 이야기를 해도, 우리가 가는 길이 맞다고 판단되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소신을 전했으나 어차피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부정적인 왈가왈부가 많으면 득 될 것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중요한 동력을 얻었다. 10월부터 홍명보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비록 패했으나 세계 최강 브라질과의 평가전(10월12일)에서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네이마르를 비롯해 오스카, 다비드 루이스, 헐크, 다니 알베스 등 정예멤버들을 앞세워 전혀 투지에서 밀리지 않았던 선수들의 모습에서 한국 축구의 오랜 미덕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사흘 뒤, 아프리카의 복병 말리전에서는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확인했다.
말리전에서 한국은 먼저 골을 내주고도 구자철 손흥민 김보경의 릴레이포로 역전승을 거뒀다. 답답했던 골가뭄을 해소한 결과도 반가웠고 지금껏 홍명보호 출항 이후 공격적인 전개에서는 가장 후한 점수를 받았던 경기다. 내용이 좋았다는 뜻이다. 이때부터 주위 공기는 따뜻해졌다. 여기에 순풍이 된 것은 스위스전 승리다.
11월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얼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은 홍명보호를 향한 신뢰를 크게 하기에 충분했던 결과다. FIFA 랭킹 7위에 빛나는 강호를 만나서도 홍명보호는 자신들의 경기를 펼쳤다. 역시나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나, 흔들림 없이 준비한 플레이를 펼쳤다. 그 속에서 홍정호의 동점골과 이청용의 역전골을 합쳐 경기를 뒤집었으니 팬들은 오랜만에 짜릿한 희열을 느꼈다. 그리고 그 희열은 고스란히 홍명보 감독과 선수들에 대한 신뢰로 전이됐다.
비록 러시아와의 원정경기에서 1-2로 패했으나 후반 들어 다양한 선수들을 바꾸면서 실험하는 인상이 적잖았다. 물론, 빡빡한 일정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등 지적받아야할 부분도 있었던 경기지만 팬들의 반응은 그리 차갑지 않았다. 앞서 분위기를 바꿔놓은 영향이 적
2013년의 마지막 평가전이 될 11월 일정을 통해 홍명보호는 순풍에 돛을 단 격이다. 이와 함께 홍명보 감독이 외치는 ‘마이웨이’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어차피 이 팀이 브라질을 간다. 리더가 자신감을 챙겼다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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