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유재학(50) 울산 모비스 감독은 1년을 내다봤다. 그러나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모비스 신인 가드 이대성(23)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유망주를 뽑는 유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이대성의 발견은 주전 가드 양동근(32)이 부상으로 빠진 모비스의 3연패를 씻을 만큼 신선했다.
이대성은 지난 21일 전주 KCC전에서 3점슛 7개를 터뜨리며 25점 4어시스트 4스틸로 맹활약했다. 이날 이대성은 삼일상고 1년 후배인 김민구(22, KCC)와 화끈한 한 판 승부를 벌였다. 김민구는 3점슛 5개를 포함해 23점 9어시스트 3스틸로 승부처를 지배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이대성의 깜짝 활약은 충분히 임펙트가 있었다.
![]() |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신인 가드 이대성에게 진지하게 조언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이대성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1순위(2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했다. 사연도 참 많다. 삼일상고를 거쳐 중앙대에 진학했지만 3학년이던 2011년 중퇴하고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더 큰 물에서 농구를 배우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국내 아마추어 시스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떠났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았다.
이대성의 도전은 험난했다.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D리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으나 낙방했고, 우여곡절 끝에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디비전2 소속의 브리검영대학 하와이 캠퍼스에 편입했다. 포지션도 포워드에서 가드로 전향했다. 독기를 품고 도전한 짧은 1년여의 미국 생활은 갑작스런 부상과 함께 국내 유턴의 기회가 됐다.
이대성은 잠재력은 있지만, 검증되지 않은 선수였다. 9개 구단 감독들이 이대성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낼 때 유재학 감독은 노심초사 이대성을 기다렸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한 모비스의 신인 지명 순서 이전에 다른 팀에서 채갈까 눈치만 봤다. 유 감독의 바람이 통했다. 이대성은 1라운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유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이 이대성을 호명했다.
이대성은 유 감독과 남다른 인연도 있다. 유 감독이 약 20년 전 연세대 코치 시절 6개월 간 미국 연수를 했던 브리검영대 당시 감독이 이대성을 지도한 켄 와그너(60) 감독이었다. 유 감독은 와그너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이대성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유 감독은 이대성의 미래 가치를 높게 봤다. 급하지 않게 기본부터 지도해 1년을 돌아갈 생각이었다. 와그너 감독의 조언도 같았다.
![]() |
울산 모비스 신인 가드 이대성이 양동근의 부상 공백을 채울 깜짝 카드로 급부상했다. 사진=KBL 제공 |
그리고 기회를 스스로 잡았다. 양동근의 빈자리를 채운 이대성은 최근 3경기서 평균 31분35초를 뛰며 경기당 16점 2.3리바운드 4.7어시스트 2스틸로 팀을 이끌고 있다. 3점슛 15개 중 10개를 성공시켜 66.7%의 고감도 성공률로 외곽슛 능력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대성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에 가깝다. 이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한 신인이다. 경기 조율 능력과 노련미는 떨어진다. 대학 시절부터 외도를 하면서 경기 출전 경험이 적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이대성은 화려한 개인기와 운동 능력, 이해도 높은 빠른 습
지난 2007년 함지훈(29, 모비스)을 10순위 신화로 만들어낸 ‘유재학 매직’이 또 일을 낼 수 있을까. 단 한 경기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대성은 김민구, 두경민(22, 원주 동부)과 함께 신인 가드 3인방의 신라이벌 구도에 합류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