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안준철 기자] “10번 네가 달면 안되나?”(이대호)
“와 그라노? 부담스럽게….”(최준석)
덩치 큰 두 사내가 티격태격 말다툼을 벌였다. 살벌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친구끼리의 귀여운 장난이었다. 주인공은 일본 프로야구 진출 2년 만에 오사카의 별로 떠오른 이대호(31)와 올해 한국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서 6개의 아치를 그려낸 최준석(31)이었다.
22일 오전 부산 경성대학교 야구장에서 열린 이대호 야구캠프에서 이대호와 최준석이 훈련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부산)=한희재 기자 |
2001년 롯데에 입단한 이대호와 최준석은 한집에 살면서 고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준석이 2006년 트레이드로 두산으로 떠나며 둘은 헤어져야했다. 물론 둘의 우정이 변한 것은 아니다. 롯데에서 20번을 달았던 최준석은 두산에서 이대호의 등번호인 10번을 달고 날아올랐다.
올해 최준석은 자유계약선수(FA)를 취득하고 7년만에 친정에 복귀했다. 자연스럽게 최준석의 등번호도 두산에서 사용하던 10번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하지만 최준석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이날 캠프에서 이대호가 자신의 번호를 권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준석은 “대호가 워낙 한 게 많은데…”라며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롯데에서 10번을 달고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과 타격 7관왕의 업적을 세운 친구 이대호의 명성에 누가 되기 싫다는 의사였다.
이대호는 “그럼 10번이 2개라는 의미인 102번을 달자”라고 재차 권했지만, 최준석은 눈을 흘길 뿐 대꾸조차 않았다. 다만
한편 롯데 관계자는 “최준석이 이대호가 달던 10번은 물론 자신이 롯데에서 달았던 20번도 달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11월말까지 최준석의 의사를 반영해 등번호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