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일본, 가고시마) 표권향 기자] 프로야구 SK 와이번스 김상현(33)이 자신과 싸우며 담금질을 하고 있다.
김상현은 지난달 27일 일본 가고시마로 넘어와 마무리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내년 프로데뷔 14년 차를 맞는 고참 선수지만, 김상현은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훈련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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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은 이번 가고시마 마무리 훈련을 통해 타격폼을 수정했다. 사진(일본, 가고시마)=옥영화 기자 |
무엇보다 야구에 대한 간절함이 컸다. 김상현은 “올해 신경을 안 써도 되는 부분까지 이것저것 신경 써서 부진했던 것 같다. 팀이 바뀌어도 똑같이 야구를 하는 것인데 편하게 못 한 것 같아 아쉽다”라며 한 숨 쉬었다.
트레이드 이후 항상 눈치를 보다보니 김상현은 쓸데없는 부담감으로 타격부진에 빠지기도 했다. 늪에 빠진 김상현은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KIA와 LG, 다시 KIA에서 김상현은 오랜 2군 생활을 하며 1군 진입을 꿈꿨다. 2009년 드디어 김상현의 이름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졌다. 당시 1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1푼5리를 기록하며 홈런(36홈런) 타점부문(127타점) 1위에 올랐다.
‘김상사’로 불리며 KIA의 해결사로 나섰다. 그러나 이후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출전경기수가 줄었고 타율도 하락했다. 결국 지난 5월 6일 김상현은 송은범과 트레이드돼 SK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후 첫 경기였던 5월 7일 김상현은 문학 넥센전에 4번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을 기록하며 ‘김상사 효과’를 부활시켰다. 그러나 이후 다시 침체기를 맞아 원치 않는 2군행을 통보를 받았다.
스스로 개선점을 발견한 김상현은 마무리 훈련장에서 김경기 타격코치를 찾아 타격폼을 수정했다. “이전에는 더 힘을 쓰려다 오히려 오버 페이스가 됐다. 아직 마스터 단계는 아니지만, 현재 스윙이 짧아져도 잘 맞는 느낌을 받고 있다. 김경기 코치님이 힘을 안 쓰고 잘 치는 요령을 알려줘 조금씩 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상현은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 다행히 김경기 코치님과 생각이 잘 맞아 자신감도 살아났다. 또 안정된 스윙과 밸런스를 찾으니 점점 방망이가 좋아지고 있다. 코치님과의 서로의 믿음이 2009시즌 좋았던 느낌을 되찾게 도와줬다”라며 흐뭇해했다.
노력의 성과는 연습경기를 통해 확실한 감각을 다지고 있다. 김상현은 26일 가모이케 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솔로포를 포함한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3회초 무사 2루에서 우전 안타로 1타점을 올린 김상현은 팀이 6-4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좌월 솔로홈런으로 승리의 쇄기를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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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관심이 스트레스를 받던 김상현을 일으켜 세웠다. 사진(일본, 가고시마)=옥영화 기자 |
내년 시즌이 끝나면 김상현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하지만 FA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강하게 말했다. 김상현은 “일단 팀이 나에게 바라는 성적이 있다. 아직 내 확실한 위치가 없기 때문에 내 자리부터 찾아야 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한 가지에만 집중해서 2014시즌을 보낼 계획이다. 마무리 훈련을 통해 내게 부족했던 부분을 하나씩 채워가니 자신감도 올랐다. 내년에는 더 집중해
이번 마무리 훈련에서 김상현이 중점을 둔 부분은 해탈이다. 이름과 기대에 비해 확실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며 자신에게 얽매여 있었다.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가 구속의 틀 안에서 탈출시켜줬다. 여느 해 보다도 많은 땀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 김상현의 고생이 헛되지 않길 바란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