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전성민 기자] 포수 엄태용(19, 한화 이글스)은 무명이었다. 2012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전체 59번으로 지명된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두 감독만이 그를 주목하고 있었다.
엄태용은 지난 6월1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1군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엄태용은 1군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4리(64타수 15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후반부에는 주전 포수로 중용됐다. 김응용 한화 감독은 무명 포수에게 기회를 줬다.
엄태용은 “김응용 감독님의 제자분들 중에는 레전드가 많다. 그에 비하면 나는 무명이다. 솔직히 말하면 선수도 아니었다. 그런 나에게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엄태용은 “앞으로도 감독님께서 더욱 기회를 많이 주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엄태용이 한화의 주전 포수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1군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어이없는 실책도 범했다. 엄태용은 지난 8월13일 청주 NC전 6회 2사 1,2루에서 상대의 더블 스틸 때 2루 송구 동작을 취하다 3루로 공을 던졌지만 이대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좌익수 쪽으로 빠지는 송구 실책을 범했다.
엄태용은 “야구하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수한 것은 처음이었다. 긴장한 것은 아니었는데 감정조절이 안됐다. 그 때 실수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1군 첫 경기 나갔을 때 또한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회상했다. 탁격에서 엄태용은 배트 스피드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로 입단 2년 만에 1군 무대를 맛본 엄태용은 힘든 2012년을 보냈다. 2군에서도 그는 주전이 아니었다. 1년 동안 10경기 남짓 출전했다. 의욕이 떨어졌다. 엄태용은 “좌절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 잡아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흔들리던 제자를 잡은 것은 스승이었다. 북일고시절 지도를 받았던 이정훈 감독이 한화 2군을 맡게 됨에 따라 엄태용도 바꿨다. 이정훈 감독은 자신의 옆방을 엄태용에게 배정했다. 이 감독 옆에서 엄태용은 절제하는 법을 배웠다. 이 감독은 지나가면서 한 번씩 문을 열어봤다.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엄태용은 많은 것을 느꼈다.
엄태용은 “고등학교 졸업 후 인사드리려 몇 번 못 갔는데 챙겨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셔서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이정훈 감독은 엄태용이 1군에 올라갈 때 ’잘해‘라는 말 한 마디를 했다. 짧지만 많은 것이 함축된 말이었다.
엄태용은 “ ‘잘해’는 특별한 말이 아니다. 근데 그 말을 들은 후 마음이 이상했다. 어떤 뜻으로 ‘잘해’라는 말씀을 하셨을까 생각했다. 진짜 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4 시즌 현재 한화의 주전 포수 자리는 비어있다. 엄태용은 “선의의 경쟁을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을 의식하기 보다는 내 것만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14 시즌을 위해 엄태용은 최근 ‘살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엄태용은 지난 10월 일본 미야자키에서 열린 일본 피닉스 교육리그 초반에 경기 중 무릎을 다쳤다. 이로 인해 체중이 10kg 넘게 늘었다. 김응용 감독은 “살이 많이 쪘다. 10kg을 빼라”는 숙제를 내줬다.
엄태용은 아침에 계란, 베이컨 점심을 귤만 먹었다. 저녁에도 탄수화물 대신 고기를 택했다. 엄태용은 “훈련하는 것은 괜찮은데 살 빼는게 정말 힘들다”며 웃었다. 고등학교 시절 28kg까지 빼본 경험을 살리고 있다. 엄태용은 6kg 이상 감량하며 목표치에 접근하고 있다. 무릎도 많이
엄태용의 롤 모델은 팀 선배인 신경현과 최승환이다. 플레이뿐만 아니라 야구에 대한 생각과 열정을 닮고 싶다.
엄태용은 “최승환 선배팀이 ‘1% 아니 0.5%의 가능성도 잡아보려고 한다’는 인터뷰 기사를 봤다. 0.5%가 99.5%를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다”며 자신도 어느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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