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가난한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눠주는 팀이 있다. 강추위가 몰아치는 가운데 펼쳐지는 훈훈한 광경이다.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선행상이 있다면 유력한 수상자가 될 것이다. 그런데 그 베품이 K리그 클래식 강등 전쟁의 캐스팅보드를 쥐고 있다.
제주는 가장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다. 스플릿 라운드 들어 기세등등하더니 강등 전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자 승점이 귀한 이웃들에게 무려 승점 3점을 선물했다. 물론 고의적인 패배는 아니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졌다. 공교롭게도 최근 제주의 3패가 하나같이 대전, 대구, 경남를 상대로 기록한 것이었다. 대전, 대구, 경남은 제주를 이기면서 잔류에 대한 희망을 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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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최근 강등권의 팀들과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도 강등권의 강원이다. 승점 3점이 절실한 강원인데, 제주의 베품은 계속 이어질까. 사진=제주 유나이티드 제공 |
성남과 강원에게 연패하며 11위 자리가 위태롭던 경남이 웃을 수 있었던 것도 제주 덕분이었다. 경남은 지난 24일 최대 승부처였던 제주 원정길에서 1-0으로 이겼다. 1무 2패로 좀처럼 오르지 못하던 대구도 지난 17일 제주를 2-1로 꺾고 자동 강등 탈출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
위기에 처한 경남, 대구, 대전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건 동아줄을 던져준 제주 덕분이었다. 뒤집어 제주는 쉴 새 없이 피가 터지고 있는, 유례없는 강등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셈이다.
아낌없이 주던 제주였고, 이제 그 베품을 받지 못한 딱 한 팀이 남았다. 강원이다. 강원은 30일 강릉종합경기장에서 제주와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강원은 11위 경남과 승점 3점차지만, 골 득실차가 17골이나 뒤져있다. 현실적으로 그들의 목표는 12위 사수다. 13위 대구에 승점 2점차로 앞서 있다. 같은 날 같은 시각 열리는 대구가 경남에게 지거나 비기면 제주전 결과에 관계없이 12위를 확정해 상주의 승강 플레이오프 상대로 결정된다.
그러나 대구가 경남을 이기면 곤란한 처지에 빠지는 강원이다. 골 득실차에서 9골이 뒤져 있기 때문에, 강원은 제주와 비겨도 13위로 내려앉는다.. 13위는 자동 강등이다. 따라서 제주를 상대로 무조건 승점 3점을 획득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런데 제주를 이겼던 게 까마득한 강원이다. 지난 2010년 7월 17일 이후 9경기 연속 무승(2무 7패)이다. 올해 3차례 겨뤄
마음은 급하고 발은 동동 구르는 강원이다. 강원으로선 내심 경남, 대구, 대전에게 베풀었던 선행을 제주가 자신들에게도 똑같이 해주기를 바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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