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12월1일부터 1월31일까지 2개월간 프로야구선수들은 급여를 받지 않는다. 야구규약(136조)상 이 기간은 계약협상을 위한 시간이다. 원칙적으로 이 기간에 단체훈련을 할 수 없다. 단, 1월15일부터는 해외에서 진행하는 스프링캠프를 할 수 있다. 그래서 보통 12월부터 1월 중순까지를 ‘비활동기간’이라고 한다.
비활동기간에는 꿀 맛 같은 휴식을 취하게 된다. 그 해 성적이 좋았던 선수들은 한 해를 결산하는 시상식에 불려 다니느라 바쁘기도 하고, 결혼도 이 때 많이 한다. 그러나 최근 비활동기간의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따뜻한 해외에 가서 자율적으로 몸을 만드는 선수가 늘고 있다.
LG 트윈스 투수 봉중근 등 선수단 12명이 23일 사이판에서 재활 캠프를 차린다. 봉중근은 지난 겨울에도 스프링캠프에 앞서 재활훈련을 통해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사진=MK스포츠 DB |
삼성 투수들도 최근 몇 년 동안 비활동기간에 괌에서 몸을 만들었다. 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안지만 등도 거의 매년 12월 중순 경에 출국해 1월 중순에 곧바로 해외 스프링캠프지로 합류해왔다. 이번에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한 ‘끝판왕’ 오승환도 마찬가지. 오승환은 한신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하기 전까지 괌에서 개인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LG와 넥센 선수들도 각각 사이판과 일본 돗토리현에서 재활을 병행한 개인훈련을 연말까지 진행한다. LG는 지난 겨울 마무리 봉중근이 비활동기간 사이판에서 재활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올 시즌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렇게 비활동기간 해외로 개인훈련을 떠나는 선수들이 늘어나는 추세는 루틴(Routine)으로 정착된 측면이 크기 때문. 스포츠심리학에서 나온 루틴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팍에서 일정한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것을 일컫는다. 봉중근도 “사이판행은 일종의 루틴이다. 사이판에 안 가면 불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또한 11월 마무리훈련부터 스프링캠프까지 훈련의 연속성을 높일 수도 있다. 과거 비활동기간에 선수들 대부분은 무절제한 생활을 하기 마련이었고,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체중이 급격하게 불은 선수들이 부지기수였다.
비활동기간 해외서 자율훈련을 통해 재미를 본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남들에게 뒤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된 점도 하나의 이유. 구단에서 스프링캠프 전에 공개적인 체력테스트를 하면서 자율훈련이 일종의 경쟁이 된 것도 크다.
물론 자기 돈을 쓰면서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고액연봉자들이나 해외로 가서 훈련을 할 여유가 있다.
한 관계자는 “과거 1년 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비활동기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요 근래 FA로 대박을 터뜨리는 선수들이 늘면서 자리관리는 자신에 대한 투자라는 분위기가 널리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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