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외국인 타자들이 몰려온다. 한국은 지명타자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수비력에 대한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면 공격력에 편중된 선발이기 때문. 동시에 국내 선수들과의 포지션 중첩을 피하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이들이 배치될 경우 생겨날 혼란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행이 결정된 외국인 타자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테이블세터 유형의 펠릭스 피에(한화)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심타선에 들어설 수 있는 한 방 능력을 갖춘 중장거리 타자라는 점이다. 동시에 최근 주로 맡았던 포지션이 외야수 혹은 1루수 또는 지명타자라는 포지션 공통점도 있다. 문제는 이들의 수비력이 썩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들이 기존 포지션 플레이어 1명을 밀어낸다는 점에서의 우려인데, 타격면의 기여도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만 수비력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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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타자들의 가세로 수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호르헤 칸투(두산), 루크 스캇(SK), 에릭 테임즈(NC). 사진(좌)=MK스포츠 DB, (우)=구단 제공 |
▲ 멀티 내야수 호르헤 칸투 수비력은?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선수 호르헤 칸투는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2루수, 3루수, 1루수를 모두 볼 수 있는 멀티 내야수로 시작했다. 1루수로 287경기, 2루수로 220경기, 3루수로 347경기, 유격수로도 1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2루 수비에서 낙제점을 보이면서 2007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1루와 3루만을 병행했다. 문제는 3루 수비 역시 최악의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야구 통계 사이트 팬크래프닷컴 기준으로 칸투는 통산 2루수로 나선 경기서 9할7푼1리의 수비율과, -36의 토털존(Total Zone in runs above average), -14의 UZR/150을 기록했다. 낙제점을 넘어 재앙 수준이다. 하지만 3루수 역시 못지않게 심각한데 통산 수비율은 9할2푼4리, 토털존은 -28에 달한다. UZR/150 역시 -15.1로 리그 평균을 따지면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2루수와 3루수로 실책도 많고, 수비범위도 좁으며, 수비에 기여하는 정도도 적어 경쟁력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1루수로는 준수한 편에 속한다. 수비율은 9할9푼4리, 토털존은 0, UZR/150은 2.7을 기록했다. 평균 정도 수준의 1루 수비는 했다는 뜻이다. 결국 칸투는 1루수만을 볼 수 있는 내야요원인 셈이다.
칸투의 기록은 2011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서 뛰었던 당시까지의 기록이다. 그럼에도 30대를 넘긴 칸투의 나이를 감안하면, 현재 수비력은 더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향상됐을 가능성이 더 낮다는 점에서 1루수를 제외한 2루, 3루를 맡길 경우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칸투는 올해 멕시칸리그서는 1루수로 38경기, 3루수로는 22경기에 출전했다. 사실상 1,3루 멀티요원인데, 1루와 3루에 주전급 선수가 있고 백업 선수도 있는 두산의 풍족한 내야 사정상 지명타자까지 포함한 칸투의 기용은 고민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 외야수 에릭 테임즈 영입한 NC, 외야 교통정리는?
NC 다이노스의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는 메이저리그서 2시즌 동안 181경기에 나서 타율 2할5푼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5년 간 394경기에 나서 타율 3할5리 453안타, 53홈런, 269타점을 기록했고, 올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40인 로스터에도 들었을 정도로 수준급 외야수다.
하지만 역시 문제는 수비다. NC는 메이저리그 181경기와 마이너리그 394경기에서 한 번도 내야수로 출전한 적이 없었던 테임즈를 1루수로 기용하기로 했다. NC 타선의 미래 나성범, FA로 영입한 이종욱, 2013시즌 도루왕 김종호까지 기존 외야 멤버 중 뺄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타자들의 탁월한 운동능력을 감안하면 외야수에서 1루수로 전향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첫 시즌이기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외야수에서 내야수로 전향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반대의 경우보다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외야 수비와 내야 수비는 방식과 개념이 전혀 다르다. 새롭게 익혀야하는 것들이 많고, 적응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테임즈의 내야수 전향에 대한 우려도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테임즈가 내야수 전향이 여의치 않을 경우다. 지명타자는 사실상 이호준이 고정이다.경우에 따라 테임즈가 외야를 맡아야 할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알고 보면 그는 외야 수비에서도 약점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이다.
테임즈는 가장 최근인 2011년과 2012년 메이저리그서 좌익수와 우익수로 각각 도합 96경기와 62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좌익수 수비율은 9할8푼8리, 우익수 수비율은 9할7푼7리로 좋지 않았다. 경기수가 적었고 실책이 각각 2번과 3번으로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수비율만으로 무조건 수비가 나쁜 선수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보다 세밀한 수비지표인 UZR/150을 따져보면 좌익수는 -20.5, 우익수는 -4.2라는 수치가 나왔다. 좌익수는 수비 범위도 좁았고, 기여하는 정도도 적었던 것. 역시 이정도 수치는 리그 최하 수준의 수비수에 해당된다. 우익수 수비 역시 평균 이하에 속한다. 테임즈는 결과적으로 불안한 수비능력이 공격 면에서 갖고 있는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렸던 경우에 속했다. 외야 수비 센스가 부족한 테임즈가 1루수로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NC 외국인 타자의 성패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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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크 스캇은 지명타자로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경우에 따라 외야수로도 나설 수 있다. 사진=SK 제공 |
롯데 자이언츠의 루이스 히메네스는 사실상 지명타자 요원이다. 꾸준히 지명타자로만 뛰어왔고, 127kg에 육박하는 거구인 탓에 1루 수비가 쉽지 않다. 롯데 구단 내부적으로도 히메네스의 수비에 대한 기대치가 없다. 사실상 지명타자 요원인 셈이다. 이럴 경우 1루수 경쟁에서 밀리는 선수들의 기용에 대한 고민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동시에 거액을 주고 영입한 최준석의 1루 수비 역시 좋지 않다는 점에서, 둘 중 1명밖에 출장할 수 없거나, 혹은 실책이 자주 나오는 아쉬운 상황이 연출 될 수 있다.
SK 와이번스의 루크 스캇의 경우는 공격력을 살려주기 위해 지명타자로 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스캇의 경우는 외야수로서 수비력도 상당한 수준이지만 최근 몇 년간은 템파베이서 꾸준히 지명타자로 나섰다. 나이도 있는데다, 공격력에 대한 기대가 큰 선수인만큼, 이호준의 NC 이적 이후 뚜렷한 주인이 없는 지명타자 자리를 꿰찰 전망. 경우에 따라 외야수로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수 비니 로티노는 마이너리거 시절 내외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올시즌 오릭스 버팔로스에서는 내외야를 모두 소화했다. 하지만 최근 포지션만 놓고 보면 3루수와 코너 외야수 수비수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최근 잠정적으로 로티노를 좌익수로 내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티노는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수비 범위나 송구능력면에서는 준수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타구 판단 능력에서는 의문이 남았다. 특히 올해는 돔구장인 교세라돔을 홈으로 쓰면서 낙구 지점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수를 수차례 저질러 출전 기회를 제한당하기도 했다. 숙련도의 측면에서 다재다능이 오히려 선수에게 독이 됐다고도 볼 수 있는 경우다.
▲ 수비력 보장된 한화 피에
한화의 외국인 선수 펠릭스 피에는 여러모로 수비에 대한 우려가 적다. 피에는 메이저리그서 외야수로 총 383경기에 나섰고 그 중 중견수로 180경기, 좌익수로 197경기, 우익수로 6경기에 나섰다. 중견수로는 수비율 9할9푼7리. 토털존 15, 그리고 양수인 4의 UZR/150을 기록하며 상당한 범위와 안정감을 자랑했다. 정상급 수비범위는 아니지만 준수한 편이다.
좌익수로는 들쑥날쑥했다. 수비율은 9할9푼4리로 좋지만 토털존은 0, UZR/150은 -11.3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1년 볼티모어 소속으로 67경기(선발 31경기)에 나섰을 당시 기록이 매우 나빴을 뿐 나머지 시즌은 리그 중간 수준은 됐다. 특히 중견수로는 빠른 발을 통한 넓은 범위를 소화할 수 있는 분명한 강점을 갖고 있어 한화 외야진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류중일 감독은 외국인 선수 선발 전 “잘 치고 잘 달리고 수비도 잘하는 선수를 영입하고 싶지만 그런 선수가 한국에 오겠나. 그렇다면 벌써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며 “그 때문에 한 가지씩은 포기하는 것”이라는 말을 했다. 올해 외국인 타자들의 경향은 확실하다. 일단 수비보다는 공격이다.
가장 큰 문제는 포지션 포화로 외국인 타자들이 익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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