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알만한 이름들로 구성된 4명의 후보군을 둘러싸고 설왕설래가 넘쳤던 시민구단 성남의 신임 사령탑은 결국 박종환 감독으로 결정됐다. 나름 ‘보안’을 유지하려 했으나, 성남시도 미리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신임 감독 ‘결정’과 관련해서 말을 아꼈던 성남시가 박종환 감독의 부임을 공식 선언한 것은 22일 오후였다. 애초 성남시는 지난주 금요일이던 20일, “23일 오전 성남시청에서 성남시민프로축구단과 관련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자회견을 연다”고 발표했다. 회견 내용은 알리지 않은 채 두루뭉술하게 시간과 장소만 발표했다.
그러다 22일 일요일 오후, ‘변경’이라는 이름으로 재공지했다. 성남시는 “성남시민축구단 박종환 감독 계약 및 임용장 수여식을 23일 11시 성남시청 9층 상황실에서 연다”고 정정했다. 더 이상 비밀(?)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리 확정 발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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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시의 최종선택은 노장 박종환 감독이었다. 성남 선수들도 전혀 모르고 있던 의외의 선택이다. 설마는 사실로 드러났다. 사진= MK스포츠 DB |
한 축구인은 “애초 시민구단 성남의 지휘봉은 올해 성남일화를 이끌었던 안익수 감독이 이어간다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묘하게 방향이 바뀌어갔다. 시간이 갈수록 1순위였던 안익수 감독이 4순위가 되었다”는 변화의 분위기를 설명했다.
단초는 지난 9일이었다. 통일그룹으로부터의 구단 인수관련 체결식이 끝난 뒤 이재명 성남시장이 “선수단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 감독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묘한 뉘앙스를 전달하면서 ‘교체설’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이틀 뒤인 11일, 안익수 감독은 프로축구연맹이 마련한 지도자 연수 프로그램에 합류해 영국으로 떠났다. 이후 축구계 분위기는 “성남시가 박종환 카드를 손에 쥐고 형식적인 경쟁을 시키는 수준”이라는 게 대세였다.
박종환이라는 ‘노장’의 이름이 떠돌면서 가장 많이 감지된 흐름은 ‘설마’였다. 그 ‘설마’에는 많은 나이가 큰 배경을 차지한다. 일흔이 넘은(75) 나이와 2006년 대구FC 감독을 끝으로 현장에서 떠났던 지도자 박종환이 과연 2014년과 어울릴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때문에 ‘박종환 감독 선임’은 소문으로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도 적잖았다. 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성남시의 결정 발표가 난 22일 오후, 성남의 한 선수는 “(박종환 감독 선임)기사들이 사실이냐”라며 확인전화를 걸어왔다. 몇 번이고 재확인했다. 이어 “선수들은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안익수 감독님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생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당황스러움을 전했다.
감독 선임과 관련한 결정을 선수단과 상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예상과 어긋난 결정이었다는 방증이다. 정해진 노선에서 방향이 바뀌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불과 2주 사이의 변화다. 한 축구 관계자는 “안익수 감독과의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상황이고, 내년 신인선수 드래프트(10일)까지 참가한 뒤 지도자 연수를 위해 떠난 안 감독을 배제하고 박종환 감독을 선임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분명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정치적인 입김’과 관련한 이야기다. 가뜩이나 시도민구단과 관련해 “축구와 정치는 반드시 분리되어야한다”는 답답한 호소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안익수 카드를 버리고 박종환 카드를 꺼내든 것은 순수한 ‘축구 논리’
특정 감독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선수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 이면 ‘설마’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새롭게 닻을 올리는 시민구단 성남의 첫 번째 행보가 납득할 수 있는 ‘서프라이즈’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의구심이 남는 선택인지, 선수들도 궁금증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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