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테니스 황제’도 세월을 막을 수 없는 걸까. 로저 페더러(33‧스위스)의 추락세가 뚜렷하다. 세계랭킹 6위로 내려앉은 페더러는 ‘세기의 라이벌’인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28‧스페인)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페더러와 나달은 지난 24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준결승에서 33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 결승 문턱에서 만난 나달과의 맞대결은 의미가 컸다.
페더러는 2004년 2월부터 237주 연속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켰고, 나달은 2005년 7월부터 160주간 연속 세계랭킹 2위에 머물렀다. 2008년 8월 나달이 끝내 페더러를 밀어내고 1위에 올라선 뒤 숙명의 라이벌 관계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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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가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숙명의 라이벌 라파엘 나달에게 완패한 충격은 더 커 보였다. 사진제공=TOPIC/ Splash News |
호주오픈은 페더러에게 기회였다. 이 대회에서 11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할 정도로 강했다. 또한 나달이 8강에서 손바닥 부상을 당하면서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페더러는 올 시즌 첫 메이저대회에 대한 각오도 남달랐다. 지난해 말 ‘테니스 전설’ 스테판 에드베리(스웨덴)를 코치로 모시며 공을 들였다. 특히 지난 시즌 메이저대회 성적 부진으로 추락한 황제의 위용을 되살리기 위한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했다.
그러나 결과는 3-0(7-6<4> 6-3 6-3) 나달의 완승. 페더러는 철저하게 당했다. 빠른 템포로 공격적으로 나섰지만, 나달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 경기 운도 따라주지 않으면서 정신력 싸움에서도 완패했다. 페더러는 50개의 실수를 저지르며 자멸했다. 멜버른파크를 찾은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의 목소리도 페더러를 일으켜주지 못했다. 페더러는 나달과의 상대 전적에서 패배 기록만 하나 더 추가하며 10승23패가 됐다.
페더러는 경기 이후 “난 최선을 다했다. 잘할 때도 못할 때도 있다. 오늘은 나달이 더 잘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페더러의 덤덤한 소감이었지만, 웬지 짠하게 느껴진다.
나달은 26일 결승서 이번 대회 돌풍을 이끌고 있는 스타니슬라스 바브린카(29‧스위스‧세계랭킹 8위)와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나달이 우승을 차지하면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가 된다. 나달은 바브린
세월따라 전성시대가 훌쩍 지나가고 있는 페더러의 부활은 과연 가능할까. 역대 최다 기록인 개인 통산 메이저대회 17회 우승에 빛나는 페더러의 18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 여전히 수많은 테니스 팬들은 페더러를 더 오래 보기 위해 황제의 화려한 귀환을 기다리고 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