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결과적으로 왜 전지훈련을 실시했는지 근본적인 회의감까지 들게 한 결과다. 후폭풍이 걱정될 정도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설 연휴의 끝자락인 2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의 스텁허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에서 0-2로 패했다. 지난 1월26일 코스타리카에게 1-0으로 승리했던 한국대표팀은 1월30일 멕시코와의 경기에서의 0-4 패배에 이어 미국전 0-2 패배까지, 전지훈련 기간 3차례 평가전을 1승2패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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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의 성토는 ‘국내파의 기량 미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사진(美 카슨)= 조미예 특파원 |
수비는 시종일관 불안했고 공격력은 효율성과 날카로움 모두 떨어졌다. 전체적인 주도권을 내내 상대가 가지고 있었고 그 흐름을 바꾸기 위한 한국대표팀의 노력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공격-허리-수비진의 간격은 휑할 정도로 떨어져 있었고 그 사이를 연결시켜줄 패스의 정확성은 결여됐으니 효율적인 플레이가 나올 리 만무했다. 부정확함의 문제는 슈팅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이 허공을 가르거나 슈팅이 허공을 가르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전체적인 플레이의 수준도 떨어졌는데 선수들이 집중력과 투지도 떨어졌다. 특히 지난 1월30일 멕시코전에서는 승패가 갈리자 승부를 포기한 듯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로답지 않은 모습들이 보였다.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훈련의 소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3차례의 평가전은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아 보인다. 홍명보 감독은 미국전이 끝난 뒤 “이번 전지훈련 평가전의 결과를 납득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 문제는 날 비난하면 될 것”이라고 책임감을 드러냈으나 ‘납득할 수 없음’이 가져올 후폭풍이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우려는 국내파의 자신감 결여다. 이번 전지훈련은 K리거 중심의 멤버로 진행됐다. 일부 J리거가 포함됐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한 명도 소집되지 않았다. 유럽리그가 한창 시즌 중이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고, 어쩌면 국내파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 수 있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최악의 경우가 됐다.
단순히 결과가 좋지 않다는 것을 떠나 내용이 졸전에 가까웠다는 게 문제다. 패할 수는 있으나 과정이 형편없었다. 멕시코전에서 나온 문제점이 미국전에서 반복됐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팬들의 성토는 ‘국내파의 기량 미달’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몇 명이 최종엔트리에 합류할지는 모르겠으나 분명 이번 전지훈련을 뛴 국내파들 중에서도 브라질행 비행기에 탑승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베스트11에 포함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차피 큰 대회에서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없어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내파들의 기운을 떨어뜨린 셈이 된 이번 전지훈련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이후 줄곧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그 원팀을 위해서도 국내파의 부진인 좋을 것 없는 일이다. 홍명보호가 유
돌아보니 득보다는 실이 많아 보이는 전지훈련이다. 결국은 ‘원팀’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회의감까지 드는 결과다. 국내파의 상실감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지, 홍명보 감독 앞에 중요한 과제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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