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국가대표 수문장 김영광(31)이 울산에서 경남으로 둥지를 옮긴다. 정성룡(수원)이 오래도록 지키고 있던 대표팀 No.1 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후배 김승규의 존재감으로 인해 울산에서 입지가 좁아진 김영광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한 셈이다.
이적은 아니다. 임대형태다. 1년간 경남에 빌려주는 형태다다. 하지만 그냥 빌려주는 것은 아니다. ‘유상임대’다. 울산 구단도, 김영광도, 그리고 경남FC도 작은 아쉬움 속에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예’가 나왔다.
↑ 울산의 김영광이 경남에 유상임대된다. 울산-김영광-경남 삼자 간에 ‘임대의 좋은 예’가 나왔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 감각을 앞세워 온갖 연령별 대표팀을 차근차근 밟은 엘리트다. 2004 아테네돌림픽 8강의 주역이기도 하다. A대표팀까지 승승장구였다. 성공적인 발자취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김영광은 2인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애매하게 ‘낀’ 세대 느낌이다. 노련한 이운재와 타고난 신체조건의 정성룡 사이에서 빛이 다소 바래졌다. 선배 이운재의 벽을 넘지 못했고, 후배 정성룡에게 추월당했다.
최근에는 대표팀에 이어 소속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2007년부터 울산의 확고부동한 에이스로 활약했던 김영광은 2012시즌까지 6년간 거의 전 경기를 소화했다. 하지만 2013시즌 김영광의 정규리그 출전은 6경기에 그친다. 시즌 초반 부상 탓도 있으나, 결국은 김승규에게 밀린 영향이 크다.
실상 지난해부터 이적설이 분분했다. 하지만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일단 얼어붙은 K리그의 경기 속에서 김영광이라는 ‘A급’ 선수를 선뜻 영입할 수 있는 구단이 없었고, 김영광급과 트레이드할 수 있는 카드를 제시키도 힘들었다. 울산 역시 고민이 많았다.
제안이 있어도 결정이 힘들었다. 아무리 김승규가 성장했다지만 ‘귀한 포지션’인 골키퍼라는 것을 감안할 때 김영광이 다른 팀의 플러스 요소가 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어떤 포지션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적어야하는 골키퍼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더 이상 ‘국대급’ 김영광을 벤치에 앉혀둘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형식이 ‘유상임대’다.
김승규 못지않은 주전 김영광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1년간 임대료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김영광 역시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여전히 국가대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김영광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뛰는 것’이었다. 자신의 네임벨류를 고집하면서 팀 내 경쟁을 생각하거나 무조건 이적을 요구했다면 아까운 시간이 길어질 수 있었다.
경남FC 역시 탁월한 선택을 내렸다.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경남 입자에서 국가대표급 선수를 다른 팀에서 데려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김영광이라는 골키퍼는 분명 탐나지만 그렇다고 사올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출혈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빌리기’를 성사시킨 셈이다. 경남으로서는 당장 리그 톱클래스 수문장을 안방지킴이로 쓸 수 있다.
바람직한 사례가 나왔다. 출전시키지도 못하면서 남 주기는 아까워 벤치만 달구는 이들이 적잖다. ‘임대’라는 형태를 통해 선수의 기량도 유지시키고 리그 전체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조언들이 많았으나 그간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지금껏 임대는 대개 유망
빌려준 울산도 빌린 경남도 좋은 선택을 내렸다. 정성룡 김승규 이범영 등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또 다른 김영광이 실전감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 역시 반갑다. 울산-김영광-경남 삼자 간에 ‘임대의 좋은 예’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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