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김연아는 웃었다. 황당함이나 교만함이 아니라 ‘받아들임’이었다. 그냥 그대로 그렇게, 받아들였다.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끝낸 뒤 17년 동안이나 간절하게 지켜봤던 점수였으나 적어도 마지막 순간에는 그냥 숫자에 불과했다. ‘퀸 연아’의 고별무대는 누군가의 평가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큰 연아’는 넓은 도량으로, 그냥 그렇게 받아들였다
![]() |
↑ ‘퀸 연아’는 ‘큰 연아’이기도 했다. ‘여왕’의 무대는 어느 팬이 선물한 큰 인형을 한 아름 안고 행복한 웃음을 보였을 때까지였다. 사진(러시아 소치)= 옥영화 기자 |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마치는 순간, 여왕 김연아의 무대는 그것으로 이미 끝났다. 그녀를 평가하는 과정은 의미가 없었고 김연아 역시 무사히 그리고 아름답게 자신의 마지막 무대를 끝마쳤다는 것에 감사하는 표정으로 팬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퀸 연아’의, 어쩌면 다시 보지 못할 현역무대의 피날레는 거기까지였다.
그래도 어이없는 ‘숫자’에 실망스러울 법도 했다. 화가 날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연아는 오히려 활짝 핀 웃음과 함께 벌떡 일어나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점수를 내던졌을 나이든 심판들이 민망할 만큼 24살 여왕은 넉넉했다. ‘퀸 연아’는 ‘큰 연아’이기도 했다.
자신의 금메달을 빼앗아간 것과 진배없는 소트니코바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던 모습은 은반 위에서 연기할 때보다 더 큰 감탄을 끌어냈다. 아무리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기본이라지만,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까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 자신의 고별무대였다. 하지만 ‘퀸 연아’는 ‘큰 연아’였다. 경기 후 소감도 마찬가지다.
“고생한 만큼 잘 끝난 것 같다. 노력한 만큼 보여드린 것 같다”고 운을 뗀 김연아는 “실수는 없었으나 연습만큼 완벽은 아니다”라고 자신의 무대를 돌아봤다. 이어 “그래도 할 것은 다해서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2위라는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게는 금메달이 중요치 않았고, 출전하는 자체가 더 중요했다”라는 ‘큰’ 소감을 전했다. 그녀의 마지막 인사는 “내가
어이없는 주체 측의 농간은 김연아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왕’의 무대는 어느 팬이 선물한 큰 인형을 한 아름 안고 행복한 웃음을 보였을 때까지였다.
‘퀸 연아’로 시작해 ‘큰 연아’로 마무리됐다. 아름다웠고, 자랑스러웠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