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이상철 기자] “이러다 트라우마가 생길지 모르겠다.” 황선홍 감독의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푸념은 끝내 현실이 됐다. 포항은 또 다시 ‘킬러’ 김신욱에게 당했다. 김신욱만 뛰면, 웃지 못했던 ‘이상한 징크스’가 2014시즌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도 유효했다.
김신욱은 포항에 강하다. 김신욱이 밝혔듯, 그가 뛴 12번의 포항 경기에서 울산은 딱 한 번 패했다. 7승 4무 1패였다. 2011년 4월 23일 0-2로 진 이후 8경기 연속 무패(7승 1무)다. 자신감이 넘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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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은 2012년 10월 이후 김신욱이 뛴 가운데 울산전에서 1무 7패로 크게 밀렸다. 사진=울산 현대 제공 |
포항이 치를 떨 정도로 김신욱의 출전을 반기지 않은 이유다. 그리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황선홍 감독은 8일 포항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에서 김신욱을 경계하면서 ‘정공법’으로 막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하루 전날 귀국해 정상적인 몸 상태도 아니었던 김신욱은 경기 시작과 함께 예리한 헤딩 패스를 하더니 후반 37분 보란 듯이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반적으로 경기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종료 직전에는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혀 포항 팬의 가슴을 철렁거리게 했다.
그렇게 새 시즌에도 ‘김신욱 봉쇄 작전’은 실패했다. 황선홍 감독도 “김신욱, 한 명을 막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렇긴 한데 계속해서 그 선수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게 우리의 문제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 김신욱 봉쇄가 포항의 앞날을 위해 중요하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및 FA컵에서 ‘더블’을 달성한 포항은 올 시즌 험난한 파도 속에서도 우승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그리고 그럴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승점 관리가 중요한데 이렇게 번번이 ‘김신욱의 울산’에게 당해선 힘겨울 수밖에 없다. 한 경기라도 빨리 그 ‘악연’을 끊어야 한다. 황선홍 감독은 “앞으로 다시 만날 때는 (김신욱
포항은 오는 8월 31일 울산과 다시 만난다.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기간도 아니며, A매치 데이 기간도 아니다. 퇴장이나 이적 같은 변수가 없는 한 또 김신욱을 상대해야 할텐데, 5개월 뒤에는 빚 진 걸 이자까지 더해 되갚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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