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얄궂은 운명의 장난 같은 재회다. 지난해까지 FC서울의 캡틴으로 활약하며 같은 곳을 바라봤던 하대성(29)이 이제 상대팀 리더로 바뀌어 눈을 마주보는 적이 됐다. 프로스포츠 세상에서 팀을 옮기는 것이야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팀을 떠나자마자 친정과 이렇게 빨리 만나는 것은 서로에게 편치 않은 일이다. 게다 타이밍도 부담스럽다. 왜 하필 이때 만났을까 싶은 하대성과 FC서울이다.
지난해 ACL 준우승팀 FC서울이 1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노동자경기장에서 베이징 궈안을 상대로 F조 2차전을 치른다. 지난 2월25일 호주 센트럴코스트 매리노스와의 1차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던 서울은 또 다시 승점을 챙겨 경쟁에서 일찌감치 앞서나간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대와 상황이 애매하다.
↑ 지난해까지 FC서울의 캡틴으로 활약하며 같은 곳을 바라봤던 하대성이 이제 상대팀 리더로 바뀌어 눈을 마주보는 적이 됐다. 타이밍도 애매하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런데 공교롭게도 베이징 궈안과 FC서울이 2014시즌 ACL에서 같은 배를 타게 됐다. ACL 3차 플레이오프에서 태국 클럽 촌부리FC를 꺾은 베이징이 이미 FC서울과 센트럴코스티 매리너스,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속한 F조에 뛰어들면서 운명의 장난은 시작됐다. 얄궂은 재회 날짜가 3월11일이다. 하대성은 홈경기를 앞두고 있으며 FC서울은 원정팀이다.
FC서울도 하대성도, 아주 중요한 순간에 서로를 만난다. FC서울은 지난해와 같은 시즌 초반의 비틀거림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약’을 먹어야하는 입장이고 하대성은 새로운 팀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그리고 홈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서울전이 아주 중요하다.
서울은 지난 8일 열린 전남과의 2014 K리그 개막전에서 0-1로 패했다. 홈경기였기에 씁쓸함이 더 진했다. 최용수 감독이 꺼내든 ‘공격적 스리백’은 전방의 결정력 부족과 함께 아직 시간 필요함이 느껴졌다. ACL 1차전 2-0 승리의 상승세를 잇지 못했다는 것도 아쉽다. 겨우 2경기 했을 뿐이지만 지난해 시즌 초반 크게 흔들렸던 것을 생각한다면, 서울은 베이징전에서 반전이 필요하다.
게다 시즌 첫 원정경기다. 베이징전을 시작으로 성남 원정(K리그) 히로시마 원정(ACL)이 이어진다. 베이징전이 어긋난다면 지난해 전철을 다시 밟지 말라는 법 없다. 문제는, 베이징 궈안에 자신들을 잘 아는 하대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대성 입장에서도 친정과의 대결은 중요한 한판이다.
하대성은 베이징에서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 하대성은 지난달 25일 히로시마와의 ACL 1차전에서 베이징 궈안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그 경기에서 데뷔골까지 터뜨리면서 1-1 무승부의 주역이 됐다. 베이징의 1실점은 하대성이 교체 아웃된 이후에 허용한 것이었으니 하대성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더 빛났다. 스타트는 좋았다. 이제 홈팬들 앞에서의 신고식이 남았다. 그것이 친정 FC서울과의 대결이다.
베이징 궈안의 만사노 감독은 지난 8일 중국 슈퍼리그 개막전에서 하대성을 제외시켰다. 지난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위해 한국대표팀에 차출됐던 하대성의 피로를 감안한 배려였다. 그리고, 홈에서 열리는 ACL 2차전에서 반드시 승점 3점을 갖겠다는 의지다. 경기를 하루 앞둔 10일 기자회견에서 만사노 감독은 “친정팀과의 경기에 앞서 하대성에게 휴식을 줬다. 내일 출전할 때는 더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FC서울도, 하대성도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에서 재회한 모양새다. 하대성도 서울을 잘 알고, 서울 선수들도 하대성을 잘 안다. 이 얄궂은 만남에서 과연 누가 웃을 수 있을까. 둘 다 함께 웃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