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현장의 한 코칭스태프는 “올해 KIA 전력에 대해 기대치가 크지 않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선발투수들이 잘해준다면 KIA도 일을 낼 수 있다. 결국 야구는 선발놀음이다”라며 KIA에 대한 경계심을 보였다. 지금까지 드러난 KIA의 가장 큰 약점은 선발에 비해 느슨한 불펜. 올 시즌 KIA의 성패 역시 불펜에서 갈릴 전망이다. 선동열 감독은 불안한 뒷문을 보강하기 위해 앞문을 떼다 박았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 KIA는 선발로 구원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17일 괌 파세오 구장에서 훈련중인 선수들. 사진=MK스포츠 DB |
KIA의 올해 최대 화두는 여전히 불펜이다. KIA는 지난 2년 동안 연속으로 구원진 평균자책점 최하위에 머물렀다. 팀 순위도 각각 5위와 8위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는 불펜진의 필승조까지 무너지면서 평균자책점이 5.32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겨울 동안 불펜 투수를 채우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현 제도상 외국인 선수 3명을 1경기에 동시에 출전시킬 수 없는 단점이 있음에도 마이너리그서 전문 마무리 투수로 뛰었던 하이로 어센시오를 데려왔다.
동시에 여러 부상 선수들과, 군제대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답답했던 불펜에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하지만 전지훈련서 차명진, 곽정철, 유동훈, 박지훈이 줄줄이 부상으로 쓰러지면서 공백이 커졌다. 영건들이 불펜진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상황. 우완 한승혁, 좌완 심동섭, 사이드암 박준표, 김지훈 등이 그 얼굴들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많은 불펜 투수가 좌완 박경태, 우완 박성호, 김태영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불펜진 전체에 노련미가 부족한 상황이다.
앞서 언급된 영건들은 구위와 가능성만을 놓고 보면 충분한 역량을 가진 투수들이다.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그들을 대체할 자원이 없다. 거기다 실전 경기 부담감을 이겨냈던 경험이 적다는 점에서 불펜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 양현종은 단연 KIA 선발진의 희망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KIA 마운드의 믿을 구석은 선발이다. 선발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적은 실점을 하는 것이 올해 KIA가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마운드 전략인 셈이다. 단순하지만 이 어려운 일을 KIA 선발진이 해내야 한다. 지난해 KIA가 꾸준히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다 후반기 힘이 떨어진 데에는 전반기와 전혀 다르게, 선발진이 부진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올해 선발진은 어떨까. 지난해에 비해서 탄탄하고 기대감도 크다. 또한 변수 역시 많다.
올해 KIA의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데니스 홀튼과 기존 선발 양현종·김진우에 더해 송은범까지 4선발이 확정됐다. 추가로 5선발 자리를 두고 서재응과 박경태, 임준섭이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구도다.
1~3 선발에 대한 기대감은 크다. 지난해 KIA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을 정도로 기량이 완전히 만개한 양현종과 일본리그 다승왕 홀튼, 절치부심하고 있는 김진우는 기대만큼만 해준다면 단연 리그 최고를 노려볼만 하다.
특히 양현종은 여러 전문가들이 최고의 시즌을 점치고 있을만큼 컨디션이 좋다. 부상을 완전히 털어내고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연일 쾌투를 펼쳤다. 구위와 제구 모두 완벽한 단계. 류현진과 윤석민 없는 토종 마운드를 이끌 대들보로까지 꼽히고 있다. 단연 KIA 마운드의 에이스 1순위 후보다.
일본 리그서 다승왕까지 올랐던 데니스 홀튼은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서 보여준 모습만 놓고 보면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11일 넥센전서 3이닝 무실점 쾌투를 펼쳤으나 16일 두산전에서는 3이닝 3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3실점을 기록하는 등,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직구의 구위도 아직 최고 수준은 아니다. 기대치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워낙 경험이 풍부하고 적응 단계라는 점에서 여전히 희망이 더 크다.
3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높은 김진우의 겨울 화두는 절치부심이었다. 김진우는 지난해 전반기 7승4패 평균자책점 3.56으로 선전했지만 후반기 2승6패 평균자책점 7.74로 부진, 결국 9승10패 평균자책점 4.99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여러모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성적. 이 때문에 겨우내 구슬땀을 흘렸다. 체력을 보강하는데 집중했다. 어엿한 중고참 선수로서, 무너진 팀 성적에 대한 책임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15승을 자주 언급할 정도로 제대로 칼을 갈았다. 지난 8일 삼성전서 채태인의 강습타구에 왼 정강이를 맞는 악재도 생겼지만 큰 부상은 아니다. 김진우가 체력을 보강해 건강한 시즌을 보낸다면 KIA 마운드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 KIA는 5선발까지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이다. 사진=MK스포츠 DB |
5선발은 경쟁구도다. 선발경쟁에서 탈락하는 자원이 불펜으로 이동해 힘을 보탤 예정이다. 올해 역시 홀수 구단 체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비중은 앞선 1~4선발에 비해서 그리 크지 않다. 많은 구단들이 1~4선발에 비중을 두고 불펜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KIA의 입장에서는 불펜진에 변수가 많은 만큼 5선발까지 탄탄하게 채워 승부를 보는 전략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이렇듯 KIA의 선발진은 분명한 희망요소가 존재하지만 짊어진 무게도 막중하다. 두 자릿수 승수가 가능한 역량이 충분하고 기대감도 높은 투수가 4명이나 된다는 점은 분명한 경쟁력. 동시에 부상경력과 체력 등에 불안요소가 있다는 점은 변수다.
KIA 선발진은 불안감이 큰 타이거즈 마운드를 굳건히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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