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시즌 개막을 앞두고 K리그 클래식 감독들은 입을 모아 전북현대를 ‘1강’이라 외쳤다. 당사자인 최강희 전북 감독은 억울하다는 듯 손사래를 쳤으나 다른 이들이 보기에는 그저 행복한 우는 소리였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전북이 상위권인 것은 맞으나 ‘1강’과는 거리가 있다.
6라운드 현재 K리그 클래식 1위는 4승1무1패 승점 12의 울산이다. 2, 3위 전북과 전남이 나란히 3승2무1패로 승점 11점을 챙겼다. 그 밑으로 포항과 제주가 3승1무2패로 10점 고지에 올라 4, 5위를 달리고 있다. 6위 수원부터 8위 경남까지도 2승2무2패로 동률이다. 초반이기는 하지만 ‘12중’이라 외쳤던 누군가의 외침이 맞는 판도다. 정작 1강이 존재하는 곳은 K리그 클래식(1부)이 아닌 K리그 챌린지(2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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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강은 K리그 클래식이 아닌 K리그 챌린지에 있었다. 안산을 새로운 둥지로 삼은 안산경찰청이 신바람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사진= 안산경찰청 제공 |
애초 강세가 예상됐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진행된 K리그 챌린지 미디어데이에서 10개팀 감독들 중 수원FC, 대전시티즌, 충주험멜, 강원FC 감독들이 모두 안산경찰청을 우승후보로 지목했다. “클래식에서 내려온 팀들과 안산경찰청의 경합”이라 말한 부천FC의 최진한 감독, “10개 팀이 모두 우승후보”라던 광주FC의 남기일 감독대행까지 합치면 6개팀 감독들이 안산에 표를 던진 것이다. 이쯤이면 ‘1강’이다.
기본적으로 화려한 스쿼드다. 국가대표 출신의 간판 공격수 정조국을 비롯해 서동현 이용래 이재권 조재철 양상민 오범석 등 K리그 클래식에서도 각팀의 주축으로 활약했던 이들이 포지션 요소요소를 채우고 있다. 역시 군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없으나 외려 다른 팀들을 웃도는 전력을 과시 중이다. 승리를 거둔 면면을 보면 또 놀랍다.
안산은 지난 3월22일 강원FC와의 원정 개막전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강원은 지난 시즌 1부에 있었고 올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지도자 알툴을 영입해 도약을 꿈꾸는 팀이었다. 그런데 손쉽게 쓰러뜨렸다. 2차전에서도 1부에서 내려온 팀을 만났다. 3월29일 대구FC를 홈으로 불러들인 안산은 0-2로 뒤지고 있다가 3-2로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재권이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그 경기는 올 시즌부터 안방으로 사용할 ‘안산 와스타디움’의 공식 개막전이었으니 의미가 더 남달랐다.
탄력을 받은 안산경찰청은 4월5일 수원FC와의 원정경기에서 정조국이 2골을 뽑아내는 활약을 앞세워 또 다시 3-0 대승을 거뒀다. 수원FC도 지난해 챌린지 4위에 올랐던 팀이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쓰러질 전력은 아니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좋은 스쿼드에 이른바 ‘연고지 효과’로 인한 심리적인 안정이 안산경찰청 순항의 이유로 꼽힌다. 경찰청 축구단은 지난해까지도 연고지가 없어 홈경기 때에도 마치 원정처럼 떠돌아야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지난 2월 안산시와 연고지 협약을 맺었고 안산 와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쓰게 됐다. 몇몇 절차가 마무리 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승강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된다. 동기부여라는 측면에서도 큰 변화다.
아무래도 연고지가 없었기에 여러 손해가 있었다. 홈경기도 원정처럼 치르면서 심리적 육체적 피로도가 컸다. 홈 팬들이 성원도 기대키 어려웠다. 경찰청을 이끌고 있는 조동현 감독은 “연고지는 정말 학수고대했던 일이다. 이전까지는 승리에 대한 메리트가 크지 않았다. 응원의 힘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 이점이 생길 것”이라면서 “우리도 어엿한 집이 생겼으니 해볼 만하다. 내년
원래 당당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데 신바람까지 나는 상황이다. 집도 생겨 몸도 마음도 넉넉해졌다. 이미 1부에서 내려온 강원과 대구가 덜미를 잡혔다. 흔히 말하는 '레알 경찰청'까지는 아니더라도 손쉽게 그들을 쓰러뜨릴 팀도 잘 보이지 않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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