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나이가) 어린데 스스로 부흥을 일으켰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의 김성갑 2군 감독은 신인 하영민(19)에 대해 자랑하느라 입에 침이 마를 날이 없었다. 하영민의 주무기는 슬라이더지만, 상황에 따라 체인지업, 커브 등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경기운영능력을 지녔다. 또한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돌직구를 뿌릴 줄 아는 배짱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하영민은 13일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하며 고졸 신인으로서 역대 다섯 번째로 승리투수가 됐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영민의 성격은 곱상한 외모와 달리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다. 하영민은 선배들의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보고 프로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의 일환으로 몸무게를 5kg 늘렸다. 체질상 체중이 잘 늘지 않아 고생했다고 한다. 그러나 공에 무게를 싣기 위해 현재도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과 식단조절로 체중 늘리기에 힘쓰고 있다. 일단 현시점으로 부터 5kg을 더 찌울 생각이다.
염경엽 넥센 감독과 김성갑 2군 감독은 하영민을 미래 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겨울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1차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에서 기본기를 다지게 한 뒤 2차 캠프부터는 2군 선수단에 합류해 대만으로 건너가 기술훈련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후 1군과 2군을 오가며 직접적·간접적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자기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게 했다. 하영민은 당장 1군에 올라가더라도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선발 수업을 받았다. 이러한 노력으로 1군 무대를 맛본 하영민은 넥센 2군의 제 1선발 투수로 낙점돼 올 시즌 퓨처스리그의 시작을 알렸다.
하영민은 지난 1일 퓨처스리그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하며 넥센의 첫 승과 함께 개인 1승을 거뒀다. 하영민은 1회말 연속 볼넷으로 시작했으나, 곧바로 병살타를 잡는 등 신인답지 않은 노련한 투구를 보였다. 1회말 2사 1루 이후부터 7타자 연속 범타 처리했다.
하영민의 1군 등록은 예정보다 빠르게 진행됐다. 최근 토종선발진의 부진으로 고심하던 염 감독은 하영민에게 승부수를 던졌다. 준비기간이 짧았다는 것이 마음에 쓰였지만 이내 염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하영민의 1군 정식 데뷔전은 우려와는 달리 대성공이었다. 지난 13일 하영민은 한화 이글스전에 깜짝 선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2볼넷 1탈삼진 1실점하며 대승을 거뒀다. 이는 김태형(1991·당시 롯데) 김진우(2002·KIA 타이거즈) 류현진(2006·당시 한화) 임지섭(2014·LG)을 이어 고졸 신인으로서 프로야구 역대 다섯 번째 데뷔전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을 누렸다.
이날 하영민의 총 투구수는 72개. 직구 최고구속 146km를 포함해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을 구사해 한화 타선을 요리했다. 19타자를 상대로 초구에 11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특히 초구는 대부분 직구로 정
지도자의 방향설정이 탁월했다. 이에 주어진 과제를 충실히 수행해낸 하영민의 노력이 영양가를 더했다. 시키는 것만 하지 않고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파악해 보강한 것이 그를 점점 더 강인하게 만들고 있다.
[gioia@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