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3일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잠실 어린이날 시리즈 첫 매치. 2만6000석이 가득 찬 잠실구장의 관중들을 바짝 긴장시킨 올 시즌 최고의 투수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7회 이후 갈린 마지막 결과는 허무했다.
양 팀 선발은 토종 에이스 류제국(LG)과 유희관(두산). 잠실 라이벌전다운 숨 막히는 투수전이 벌어졌다. 투구 내용은 완전히 달랐지만, 희비는 분명히 엇갈렸다. 마지막에 웃은 투수는 '느림의 미학'을 유감없이 뽐낸 유희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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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4회말 2사 만루 LG 오지환이 유격수 플라이아웃되자 선발 유희관이 공수교대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아쉬운 류제국부터 보자. 류제국은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6⅓이닝 동안 19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한 개의 안타도 사사구도 허용하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했다. 바깥쪽으로 휘는 서클체인지업에 두산 타선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삼진도 4개를 보탰다.
그러나 퍼펙트의 기대감은 허탈함으로 바뀌었다. 1-0인 7회초 1사 후 오재원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이 안타가 두산의 첫 번째 안타이자 출루였다. 퍼펙트가 깨진 류제국은 크게 흔들렸다. 결국 허무하게 3점을 헌납했다.
김현수와의 승부가 아쉬웠다. 김현수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가운데로 몰린 실투 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1-1 동점 2루타. 류제국은 이어진 호르헤 칸투와의 승부서 좌중월 투런포를 얻어맞고 무너졌다. 1-3 역전. 류제국은 홍성흔에게 볼넷을 내준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LG는 류제국에 이어 유희상이 나섰으나 볼넷과 안타로 만루 위기에 몰린 뒤 정수빈에게 싹쓸이 3루타를 허용했다. LG는 7회에만 무려 6실점을 하며 1-6으로 뒤집혔다. 류제국은 6⅓이닝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완벽한 피칭 뒤 허무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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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7회초 1사 2루 두산 칸투에 역전 투런포를 허용한 LG 선발 류제국이 허탈한 뒷모습을 보이며 칸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유희관은 0-0인 5회말 선두타자 박용택에게 선취 솔로 홈런을 허용했다. 팽팽한 투수전이 깨지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이후 세 타자를 범타로 처리한 뒤 6회 무사 1루 위기도 여유로운 투구로 후속 세 타자를 잡아냈다.
위기의 연속이었지만 단 1실점으로 틀어막은 유희관은 빅이닝이 된 7회초 6득점의 타선 도움을 받으며 7회말 마운드에 다시 섰다. 유희관은 조금의 흔들림도 용납하지 않고 두 번째 삼자범퇴 이닝으로 막아냈다. 투구수는 109개. 유희관은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5사사구(4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4승(무패)째를 챙겼다.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2점을 더 보탠 두산은 집중력의 차이를 입증하며 LG를 8-3으로 제압해 9연전 첫 발을 기분 좋게 내딛었다. 14승12패. 쐐기 싹쓸이 3루타를 때려내는 등 프로 데뷔 이후 자신의 최다 4타점 기록을 쓴 정수빈은 4타수 2안타로 맹활약했다.
반면 LG는 7회 집중력 싸움에서 완패하며 18패(7승1무)째를 당해 반등의 기회
유희관의 느림이 류제국의 뚝심을 누른 환상적인 투수전이었다. 결과로 희비는 엇갈렸지만, 류제국도 유희관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날이었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