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새 사령탑에 오른 양상문(53) 신임 감독은 13일 잠실구장 내 VIP 회의실에서 공식 취임식을 갖고 LG의 제11대 감독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
지난 11일 LG 지휘봉을 잡은 양 감독은 3년6개월간 팀을 맡는다. 지난달 23일 김기태 전 감독의 자진 사퇴로 위기에 빠진 LG를 구할 적임자로 평가받은 양 감독은 13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나선다.
이날 취임식에 나타난 양 감독은 때론 비장하게 때론 밝은 표정으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 감독은 “깨끗한 야구, 독한 야구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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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1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주장 이진영이 양상문 신임감독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고 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오늘 이 영광된 자리가 더없이 기쁘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국가적 재난이 있기도 하고 후배인 전임 감독이 물러나는 상황이 있어 마냥 기뻐할 수 없다.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 10년 만에 두 번째 감독으로 임명됐다. 현장 복귀를 하는 내 입장에서는 그동안 와신상담하면서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이고 성공한 감독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나름대로 공부했다. 혹시 한 번이라도 더 올 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LG로부터 좋은 기회가 왔다.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다.
▲ 어떤 준비를 하고 있었나?
경기 흐름을 놓지 않으려고 방송을 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나였으면 어떻게 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물론 방송에서 말하진 않고 속으로 생각했다. 또 구단들의 전지훈련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연구를 하기도 했다.
▲ 팀이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해결 과제는 무엇인가.
선수들이 주위 환경 때문에 혼돈스러웠을 것이다. 자신들이 가진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선수들을 심적으로 안정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 더 구체적인 계획이나 변화는 없나?
코칭스태프를 조금 바꿨다, 감독 취임을 했지만, 다 알고 있던 친구들이고 방송을 하면서도 평소 연락을 하면서 유대관계가 있던 친구들이다. 앞으론 1, 2군 선수들을 파악하는데 집중을 할 생각이다. 2군 경기장을 많이 찾아가면 선수들도 신경이 쓰일 것이고 그런 것들이 희망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많이 신경 쓰겠다.
▲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다.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사실 길은 멀고 수치상으로 쉽지 않다. 하나하나 계단 올라가는 기분으로 하겠다. 멀리 보면 너무 어렵고 힘들다. 미리 높이를 보지 않고 하루하루 하겠다. 그렇다보면 꼭지점이 생기지 않을까. 멀지만 천천히 가겠다. 나부터 급해지면 선수단에게 좋지 않다. 나만이라도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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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상문 LG 트윈스 감독이 13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공식 취임식을 가졌다. 양상문 감독이 취임사를 하기 전 수많은 취재진을 보고 "역시 LG는 인기구단이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진(잠실)=김재현 기자 |
그땐 젊은 선수들이고 잘하는 선수가 없지 않았나? (웃음) 그 당시에는 5년, 10년을 바라보고 리빌딩을 했던 것이다. LG는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 난 야구 잘하는 선수가 좋다. 어리든 나이가 40이든 그라운드에서 야구 잘하는 선수가 좋다. 철저히 기량과 실력으로 뽑겠다. LG에 그런 선수 많다. 기존 베스트 라인을 뛰어넘을 실력이 있다면 기용할 것이다. 그동안 그런 기회를 잡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면 스스로 이유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코칭스태프 추가 변경은 있나?
앞으로 추가 변경은 없다. 1군에 있던 코치들이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잘잘못 때문에 책임을 묻기 위해 교체를 한 것이 절대 아니다. 병살 많아 2년 동안 호흡을 맞추며 성적이 좋았던 김무관 타격코치로 바꿨고, 장광호 코치도 정말 마음고생 많았다. 선수들도 왜 코치가 바뀌었는지 책임 의식을 가지라는 의미도 있다.
▲ 포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기존의 최경철과 윤요섭으로 갈 것이다. 부족한 부분을 다른 것으로 채워서 가겠다. 지금 다른데서 데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니까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하겠다. 지금 당장은 다른 팀에서 누굴 데려올 생각은 하지 않겠다.
▲ 냉정하게 전력을 성적으로 평가한다면?
시즌 초반 3~4위로 봤는데,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시즌 초반 연장전 패배 등 자꾸 지면서 꼬이고 마음이 급해지면서 여러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면서 갈 길을 잃었다. 실력으로 졌다고 생각 하지 않는다. 최악의 상황이지만 희망이 있다고 본다. 타자는 걱정하지 않는다. 평균자책점도 문제로 얘기하는데 투수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두 포수에 대한 단기간 발전을 위해 보완을 하겠다. 그러면 투수도 안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 투수 보직 변경도 없을 것이다.
▲ 5선발도 과제다. 어떻게 보나?
5선발은 다른 구단도 다 고민 아닌가?(웃음) 우리만의 고민이 아니다. 임정우와 신재웅 두 선수를 좀 보고, 신정락이 부상에서 회복이 되면 5선발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보겠다.
▲ 왜 LG 감독에 선임됐다고 생각하나?
지금 LG는 팀을 추스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그런 사명감과 LG 선수들과의 호흡이나 유대관계를 높게 평가한 것 같다. 투수력이 중요한 우리 야구에서 투수 쪽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해주셔 오게 된 것 아닌가 싶다. 롯데에서 2년 경험했을 때 선수들이 지금 주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한 것 같다.
▲ 선수들과 미팅은 아직 하지 않았나?
원래 미팅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기자회견 마치고 내려가서 잠깐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현장에서 자주 봐서 낯설진 않을 것이다. 내 성격이나 스타일 정도만 말하려고 한다.
▲ 양상문 체제로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어떤 색깔을 낼 것인가.
지금 색깔을 말하긴 좀 이르다. 하지만 평소 생각했던 것을 말한다면, 팀이 안정화 되면 베스트 라인의 큰 변화는 없이 가겠다는 것이 기본 생각이다. 또 개인적으로 추구하고 싶은 야구는 깨끗한 야구 그리고 점수차에 상관없이 이기든 지든 독하게 하는 야구다. 그런 부분을 예전에도 생각했었고 LG에 와서도 뜻대로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그런 야구를 하고 싶다. 좀 독하게 하겠다. 선수들에게는 경기를 하면서 느낄 수 있도록 몸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양상문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이 끝나자 정중하게 부탁의 말을 남겼다. 양 감독은 “5할 승률 될 때까지 올 시즌은 홈런이나 타점 상황서 선수들 맞이하러 나가지 않겠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