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김민구(23‧전주 KCC)가 음주 교통사고를 낸 다음날인 8일 오후 아산병원. 남자농구대표팀 주장 양동근(33‧울산 모비스)이 김민구의 입원실을 찾았다.
김민구는 양동근을 보자마자 “죄송합니다”라는 말부터 꺼냈다. 양동근은 “네가 왜 나한테 죄송하냐. 얼른 일어나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었다.
↑ 음주 교통사고 파문을 일으킨 김민구(전주 KCC)가 뒤늦은 후회와 반성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김민구는 용서받을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 지난 7일 새벽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크게 다쳤다. 운동선수로서는 치명적인 고관절 골절상을 당했다. 수술이 불가피하다.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한 질주의 뼈아픈 결과였다.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음주운전은 범법 행위다. 최악의 인사사고는 없었지만, 그 자체로 범죄다. 한국 농구의 희망으로 떠오르며 많은 인기를 누린 김민구를 향한 위로나 격려의 눈길은 음주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의식이 돌아온 김민구를 만났다. 코트에 있어야 할 선수가 병실 침대에 누워있었다. 사고 당시의 처참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혈흔이 몸 군데군데 묻어났다. 오른쪽 몸은 깁스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오른 다리와 팔, 얼굴은 큰 상처로 얼룩져 있었다.
김민구는 사고 당일 사람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그날 밤까지 횡설수설 하는 등 사고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응급처치로 엇나간 오른쪽 골반을 끼워 맞춘 채 정밀검사로 하루를 보냈다.
김민구는 퉁퉁 부은 얼굴로 가늘게 눈을 떴다. 다행히 의식은 돌아온 상태였다. 그러나 사고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눈으로만 인사를 나눴다. 아직 말을 편하게 하긴 버거운 듯했다. 한 동안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김민구의 첫 마디는 “10월 개막 첫 경기가 언제죠?”였다. 침대 맞은편에 걸려 있던 달력을 바라보고 있었다. 김민구 곁을 지키던 이상화 KCC 트레이너는 “민구야 시즌은 생각도 하지 말라고 했잖아”라고 대신 거들었다. 무의식 중에도 수차례 농구 얘기를 했기에 나온 대답이었다.
김민구는 아직 자신의 부상 정도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10월까지 몸을 만들어 농구를 다시 해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수차례 ‘시즌’과 ‘농구’라는 단어만 입에 담았다.
그러나 김민구의 부상 정도는 심각하다. 빠르면 9일 수술대에 오른다. 골절된 고관절 수술을 받는다. 예후가 좋지 않다.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더라도 재기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고관절 전문의들은 부정적인 소견을 내놓고 있다. “사실상 선수 생명이 끝이 났다”고 말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올해 열릴 스페인 농구월드컵과 인천아시안게임 출전은 불가능하다. 올 시즌도 뛰기 힘들다. 수술 이후 재활을 통해 최소 1년은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김민구는 농구 외에 계속 반복한 말이 또 있다. 병원에 온 뒤 의식을 어느 정도 찾은 이후 계속 그랬다.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였다.
너무 늦은 후회였다. 김민구는 법적 책임을 지고, 연맹과 협회 차원의 징계를 받고,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갖고, 팬들의 사랑을 배신하고 실망을 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재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제2의 허재'로 불렸던 유망주가 꽃도 피우기 전에 지고 있다. 힘겹게 내뱉는 김민구의 “죄송하다”는 뒤늦은 후회와 반성의 목소리가 안타깝기만 하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