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걱정 마. 7월까지 팬들은 야유를 시작하지 않아.” 1970년대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얼 위버 감독이 늘 시즌의 전반은 침착했던 이유다.
2014 프로야구가 얼추 절반을 달렸다. 6월의 마지막 주인 이번주중 한화를 제외한 8개팀이 반환점인 64게임을 넘긴다.
모두가 우승컵의 꿈을 끌어안고 출발했던 스타트라인. 석달을 달린 지금, 안타깝게도 모두의 꿈이 무사하지는 않다. 야유가 시작되기 1주일전, 9개팀의 현재 위치를 체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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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대로 1위,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의 삼성은 7할에 육박하는 승률로 시즌 절반을 달렸다. 사진=MK스포츠 DB |
일찌감치 4월말에 올시즌의 정답 타순을 조립해냈고, 폭풍같은 타고투저 속에서도 시즌전 선발과 불펜의 큰 뼈대가 거의 그대로 살아남았다. 파워가 반칙인 톱타자 나바로와 타순이 반칙인 ‘클러치 파워포’ 이승엽으로 완성한 타선의 안정감이 얄미울 지경. 임창용이 예전같지 않다는 건 너무 배부른 평가다. 여전히 리그 최고의 멘탈을 장착한 ‘마무리의 비결’을 아는 클로저다.
6월초 “생각보다 2위와 승차가 크지 않다”고 엄살이었는데, 22일까지 폭풍 7연승, 기어이 이름값에 걸맞는 ‘그들과의 간격’을 벌려놓았다.
▶NC(38승25패 승률 0.602)
가장 큰 꿈을 가장 또렷한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는 놀라운 팀이다. 잘나가니까 “이럴 줄 알았다”는 말들이 많은데, 시즌전 대부분의 예상은 기껏해야 ‘다크호스’. 지금은 심심찮게 ‘삼성을 견제할 유일한 팀’으로 불린다.
선발진이 건강하다. 퀄리티스타트 30게임을 넘긴 리그 유일의 마운드다(37경기). 3연패를 넘겨본 적이 없다. 전날의 패전이 오늘의 활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최고의 팀분위기가 관찰된다. 베테랑과 젊은 피의 뛰어난 밸런스로 남은 절반의 레이스도 안정적으로 돌파할 것이 기대된다.
▶넥센(35승1무27패 승률 0.565)
마운드에 악재가 많았다. 용병교체, 선발 펑크, 부상 이탈, 고루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팀이 리그 3강에 살아남은 이유. “가장 필요한 선수는 팀플레이어”라고 말하는 염경엽 감독의 꿈대로 조직력 강한 투타를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다.
작전능력과 응집력이 돋보이는 타선, 끈끈하게 버텨내는 살림꾼 불펜. 팀방어율도, 팀타율도 그닥 앞줄이 아니지만, 숫자보다 강한 저력을 보이고 있다.
후반기 마운드에는 조상우 문성현 오재영 등이 줄줄이 돌아온다.
▶롯데(30승1무29패 승률 0.508)
이 위치가 맞을까. 시즌전 기대보다는 낮은 것 같고, 초반 분위기보다는 살아난 것 같다.
유먼 옥스프링 장원준의 선발진은 안정적이지만, 여전히 허리 자원은 부족한 편. 타선은 화려하다. 다만 포지션이 겹치는 곳과 허한 곳이 모두 보여서 최적의 타선 짜기가 쉽지는 않다. 묘하게 투타궁합이 맞아 같이 잘하고, 같이 못하고 하면서 슬금슬금 승수를 쌓았다. 송승준의 여름을 기대하고 있다.
▶두산(32승33패 승률 0.492)
6월을 마감하는 뒷맛이 가장 씁쓸한 팀 중의 하나. 끝내 5할 승률 저지선을 지켜내지 못했다. 니퍼트는 그나마 버텼지만, 토종 선발진이 도미노처럼 무너지면서 전반기 마운드 운용이 힘겨웠던 두산은 결국 기대 이하의 성적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그래도 이 팀은 여전한 팀타율 1위, ‘빅이닝’ 단골의 화력을 갖고 있다. 타격으로는 계산하지 않는 게 야구지만, 아직 두산은 꿈꿀 수 있다.
▶KIA (31승36패 승률 0.463)
22일까지 4연승, 7월을 눈앞에 두고 드디어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양현종만 피하면 된다’고 할 만큼 위압감이 뚝 떨어진 선발 마운드로 전반 내내 고전했지만, 지난주말 김병현 임준섭의 릴레이 호투로 반색. 나지완 안치홍이 버티는 타선은 꾸준하게 힘이 있었다. 반격의 후반 레이스에서는 불펜의 피로도 관리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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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꼴찌 한화 마운드지만, 선발 이태양은 올시즌 최고의 뉴스타 중 한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할 사실. 전반기 상하위권을 가른 가장 큰 변수는 외국인선수의 성패였다. 용병에서 단 한명도 건지지 못했다면, SK의 처참한 현실은 당연한 그림이다.
‘FA로이드’ 효과를 기대했던 최정도 없고, 믿었던 박희수는 눈물로 2군으로 내려보냈다. 타선도 마운드도 시즌전 꾸었던 꿈과 딴판. 그래서 7위는 믿을 수 없는 악몽이다. 이 자리가 어울리는 팀은 아니다.
▶LG(24승1무37패 승률 0.393)
개막 첫달, 충격의 꼴찌로 추락했던 지난해 2위팀. 감독교체의 풍파까지 겪어내면서 절뚝절뚝 전반을 달렸다. 두달이 넘도록 무기력한 탈꼴찌 싸움만 하고 있었지만, 6월 들어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하위권 팀들이 거의 마운드가 무너져 있는 것과 달리, LG는 팀 방어율 4위권. 타선의 활력이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빅뱅’ 이병규와 채은성의 성장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화(21승1무37패 승률 0.362)
최근 5시즌 동안 4차례나 리그 최하위를 했던 한화가 올해도 여전히 그 자리에 처져있다. 타선의
그러나 한화는 이번시즌 ‘리그 최고의 발견’ 중 하나로 꼽히는 선발 투수 이태양을 배출했다. 이번주 새 외국인투수 타투스코가 출격한다. 중위권 도약도 훌륭한 목표가 되는 팀. 희망의 시즌을 향한 꿈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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