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벌써 별명이 붙었다. 수비에선 ‘스파이더’, 공격에선 ‘스나이퍼’란다. 화끈한 신고식을 치른 LG 트윈스 새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를 두고 하는 말이다.
스나이더가 한국 무대 데뷔 두 경기 만에 자신의 영입 이유를 입증시켰다. 적응 속도가 타구만큼 빠르다. 잠실 라이벌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지난 8일 대타 신고식으로 간을 본 뒤 9일 짜릿한 선발로 출전해 짜릿한 정식 데뷔전을 마쳤다.
↑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브래드 스나이더의 미소. 사진=김영구 기자 |
몸에 맞는 볼 2개 이후 팀 득점이 이어졌고, 희생플라이로 첫 타점을 올렸다. 또 연장전 끝내기 안타의 발판을 만든 2루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삼진 1개와 내야땅볼 2개는 모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나왔다. 지난 3일 입국해 6일 만에 적응을 끝내고 남다른 집중력을 보인 결과다.
스나이더의 타구는 힘이 실려 있다. 라인드라이브로 잠실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자다. 이미 연습 타구서 확인했다. 첫 안타도 그랬다. 두산 정재훈의 낮은 직구를 가볍게 때려 중앙 펜스 앞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만들어냈다. 강습타구였다. 외야수들이 타구에 반응하기 쉽지 않다.
승부처에서 한 방이 필요했던 LG로서는 해결사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희망을 찾았다. 양상문 감독이 스나이더에게 기대하는 것도 주자가 있을 때의 위압감이다. 변화구 대처에 대한 의문점은 남아있지만, 직구는 던지기 쉽지 않겠다. 첫 세 타석에서 풀카운트 이후 2사구를 만들어낸 것만으로도 상대 투수의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또 첫 안타를 2루타로 때려내면서 잔뜩 겁을 줬다. ‘스나이퍼’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더 놀라운 매력은 수비력이다. 스나이더는 1루수가 가능한 외야수다. 양 감독은 “외야 수비는 다 잘한다”고 했다. 필요에 따라 1루수로 멀티 활용할 수 있다. 첫 선을 보인 것은 중견수였다. 스나이더 스스로 “가장 자신이 있다”고 말해 기회를 줬다.
결과는 놀라웠다. 선발 우규민을 7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티게 한 환상적인 슈퍼캐치를 선보였다. 1-0인 6회초 1사 2루 위기서 오재일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스파이더맨’을 연상케 했다. 깜짝 놀란 우규민을 탄성과 함께 만세를 부르게 만든 수비였다. 이것도 부족했는지 경기 후 “스나이더의 수비가 고마웠다”고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아직 송구 능력을 볼 기회는 없었지만, 경기 전 수비 연습 때 강견을 과시했다. 임재철과 이진영을 제외하면 어깨가 약한 LG 외야가 든든해졌다. 덤으로 얻은 효과다.
이날 스나이더는 “첫 안타가 생각보다 빨리 나와 기쁘다. 특히 승리에 기여하는 안타가 돼서 정말 기분이 좋다”며 넉넉한 미소를 지었다. 스나이더는 성격도 적극적이고 활발하다. LG 색이 잘 어울리는 외국인 선수다.
단 두 경기 만에 공‧수에서 LG 코칭
희망고문만 안긴 채 떠난 조쉬벨의 답답함에 가슴을 치던 LG 팬들도 스나이더의 반전 매력에 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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