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금메달 사냥에 나선 이광종호가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얼핏 순항인데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비상등’이 켜졌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아시안게임대표팀이 시험대에 섰다. 생각 외로 빠른 시험대다.
지난 17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불의의 부상으로 주축 공격수가 쓰러졌다. 1명도 아니고 2명이다. 최전방 공격수 김신욱(울산)과 왼쪽 날개 윤일록(서울)으로 사실상 대체 불가 선수들이다.
부상 정도가 매우 심각한 건 아니다. 김신욱은 오른쪽 종아리 타박상이다. 상대 선수에게 발로 차이면서 당했다. 부상 부위에 얼음찜질을 한 김신욱은 벤치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이광종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순간적으로 다리에 힘이 빠져 그렇다.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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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호가 17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사우디아라비아와 2차전에서 헤딩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안산)=천정환 기자 |
한국은 오는 21일 오후 5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라오스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김신욱과 윤일록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아니 사실상 어렵다. 3일 안으로 말끔히 부상에서 완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 한국은 말레이시아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를 이기면서 2연승으로 16강을 확정했다. 라오스와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를 차지한다. 라오스가 데이비드 부스 감독의 지도 아래 예상 외로 선전하고 있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처진다. 한국의 낙승이 예상되는 경기다.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이다. 이제부터 토너먼트를 대비해야 한다. 숨을 한 번 고르고 힘도 아껴야 한다는 것이다. 조 1위 가능성도 이광종 감독의 말대로 90% 이상이다. 큰 의미가 없는 라오스전에 총력을 쏟을 이유가 없다.
여기에 금메달을 딴다고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 대상은 엔트리 포함된 선수가 아니라 경기에 직접 뛴 선수다.
20명의 엔트리 가운데 최소 1분이라도 뛴 선수는 16명이다. 이주영(몬테디오 야마가타), 손준호(포항), 노동건(수원), 곽해성(성남) 등 4명은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토너먼트부터는 매 경기가 결승이다. ‘배려’를 해줄 수 있는 건 사실상 라오스전이 마지막이다.
라오스전은 변화의 폭이 크다. 부상자 발생, 힘 비축, 출전 기회 제공 등을 이유로 선수 구성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플랜B’ ‘플랜C’가 가동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다양한 카드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기 위한 필수 준비물이다. 한 가지만으로는 절대 정상에 오를 수 없다. 또한, 향후 경고 누적에 따른 전력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조직력을 다지기 위해 주전을 확정하고 훈련을 실시했던 이광종호에
또한,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베스트11이 아닌 베스트20으로 함께 하는 금메달 사냥이다. 김신욱, 윤일록을 비롯해 몇몇 주축 선수가 빠진다 해도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줄 기회다. 라오스전, 태극전사들에게 개인적인 자존심이 걸린 한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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