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난 한국에서 왔고 한국에서 태어났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맏형 문태종(39)이 난적 필리핀을 상대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뒤 공식 기자회견서 필리핀 취재진을 향해 당당히 외친 말이다. 현장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본 문태종의 어머니 문성애(58)씨도 뭉클한 감정을 주채하지 못했다. 한국이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 눈물을 쏟았다.
문태종은 지난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농구 필리핀과의 8강 리그 2차전에서 38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97-95, 역전 드라마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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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문태종이 지난 27일 인천아시안게임 8강 필리핀과의 경기를 마친 뒤 어머니와 뜨거운 포옹을 나누고 있다. 사진(인천)=서민교 기자 |
한국은 필리핀전 승리로 8강 리그 2연승을 기록,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잡았다. 준결승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이란을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문태종이 지배한 경기였다. 이날 문태종은 신들린 슛은 물론 노련미까지 더해 필리핀을 압도했다. 경기 후 빈센트 레이예스 필리핀 감독은 “어떤 방법으로 문태종을 막을 수 없었다”며 문태종을 극찬했다.
문태종은 이번이 두 번째 태극마크다. 2011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이번 대회서 국가대표로 다시 나섰다. 귀화선수 자격으로 출전한 것. 문태종의 어머니는 한국인, 아버지는 미국인이다. 문태종은 프로농구 2010-11시즌 인천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은 뒤 2013-14시즌 창원 LG로 이적했다. 노장의 나이에도 해결사로 나서며 LG를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에 올려놓고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이미 유럽 리그에서 이름을 날린 문태종은 ‘어머니의 나라’에서 가족과 함께 유종의 미를 거두고 있다.
이날 문성애씨도 아들의 경기를 보기 직접 체육관을 찾았다. 며느리와 세 명의 손자와 동행했다. 문씨는 자칫 아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최고의 활약을 하는 순간을 못 볼 뻔했다. 어렵게 티켓을 구했다. 인터넷으로 이미 예매가 끝나 현장서 부랴부랴 표를 구했다. 전자랜드 구단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체육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아들의 경기를 지켜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문씨는 경기를 마친 뒤 대표팀 버스가 서 있는 주차장에서 문태종을 기다렸다. 문태종은 아내의 축하를 받으며 포옹을 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뿌듯하게 지켜보던 문씨는 “엄마는 안 보이냐”며 핀잔을 준 뒤 감격의 포옹을 했다.
문씨는 외국에서 자란 아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고국에서 뛰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문씨는 “너무 감격해서 경기를 보며 엄청 울었다”며 눈시울을 다시 붉혔다. 이어 “아들이 한국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을 보니 정말 영광스럽다”며 “최고의 활약을 해준 아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감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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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종은 3점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키스 세리머니를 한다. 농구선수 출신 아내를 위한 것. 경기를 마친 뒤에는 항상 가족과 만나 포옹을 한다. 사진(인천)=서민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