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서민교 기자] “감독님, 굳이 그 말을….”
유재학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은 아시안게임 난적 필리핀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이끈 뒤 공식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바로 수훈선수를 꼽는 대목. 유 감독은 “믿지 않았던 양희종까지 터져줬다”는 말 한 마디였다. 양희종은 이 말을 전해들은 뒤 머쓱해 했다.
양희종은 지난 2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농구 8강 라운드 2차전 필리핀과의 경기서 종료 직전 극적인 쐐기 3점슛으로 한국의 97-95 승리를 이끌었다. 사실상 위닝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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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농구대표팀 포워드 양희종이 지난 7월 뉴질랜드와의 평가전서 투지 넘치는 활약을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날 깜짝 활약을 펼친 양희종을 빼놓을 수 없다. 양희종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3점슛과 종료 직전 터진 3점슛을 포함해 10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양희종의 기록은 모두 영양가 만점이었다. 천금 같은 공격 리바운드 2개와 골밑슛 2개도 한국이 역전승을 거두는 결정적 역할을 해냈다.
양희종은 이번 대표팀에서 전형적인 블루워커 역할을 맡았다. 수비와 리바운드 등 궂은일을 도맡는다. 유 감독도 “대표팀에서 양희종만큼 분위기를 전환시켜 줄 카드는 없다”고 말했다. 분위기 싸움에서 밀린 필리핀전에 양희종을 적극 기용했던 이유기도 했다.
양희종은 120% 자신의 몫을 해냈다. 슛 찬스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아끼다 결정적 순간에 일을 냈다. 양희종은 필리핀전에 대해 “슛은 최대한 아끼려고 했다. 우리 팀에는 좋은 슈터가 많다. 종료 직전에도 슛 찬스가 있었지만, 시간을 보니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문)태종이 형이 완벽한 찬스를 만들어줘 자신 있게 던진 슛이 들어갔다”며 “그래도 추격의 슛과 쐐기를 박는 슛을 넣어 다행”이라고 만족했다.
양희종은 특히 태극마크를 달면 펄펄 난다. 코트를 종회무진 휘젓고 다니며 상대를 괴롭힌다. 투지에 있어서는 최강이다. 평소 빗나가던 3점슛도 쏙쏙 림을 통과한다. 문태종과 조성민 등 이미 노출된 슈터에 집중 수비가 붙기 때문에 양희종의 한 방은 3점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다.
양희종은 “나도 태극마크를 달면 왜 더 힘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미치는 것 같다. 국가대표로 국가를 위해서 뛰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군 문제는 해결했으나 ‘국대 로이드’의 긍정적 영향이다.
한국은 필리핀전 승리 이후 큰 성과도 있었다.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이후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양희종은 “그동안 선수들의 분위기가 다운됐던 것은 맞다. 이상하게 몸들이 무거웠다”면서 “점점 원래 우리 색깔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전 승리로 분위기가 더 좋아졌다. 이대로 준결승과 결승에 올라가면 분명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만 양희종이 아쉬운 것은 있었다. 개최국의 홈 이점을 느끼지 못한 것. 필리핀전에서 구름 관중이 몰렸으나 대부분이 필리핀 응원단이었다. 양희종은 “여기가 인천이었어요? 필리핀인 줄 알았는데…”라며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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