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못지킨 넥센…2% 부족한 ‘가을 DNA’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다 잡았던 경기를 또 다시 내주고 말았다. 모두 분수령에서 나와 더욱 뼈아프다. ‘영웅군단’ 넥센 히어로즈의 가을이 새드엔딩으로 흘러가고 있다.
넥센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9회말 2사 후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에 무너지며 1-2로 허무한 역전패를 당했다. 넥센은 시리즈 2승3패로 밀리며 창단 첫 우승의 문턱 앞에서 한 걸음 물러나 벼랑 끝에 몰렸다.

↑ 삼성 라이온즈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5차전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서 0-1 상황 9회말 2사 1,3루 최형우의 끝내기 역전타에 힘입어 3-1로 승리했다. 패배한 넥센 박병호가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너무 아쉬운 패배였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으면 승리할 수 있는 경기였다. 넥센과 삼성이 2승2패로 동률인 상황에서 5차전은 이번 시리즈 두 번째 분수령이었다. 넥센은 1승1패서 치른 이번 시리즈 첫 번째 분수령이었던 지난 7일 3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서다가 7회 아쉬운 수비 하나로 동점을 허용한 뒤 8회 박한이에게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고 역전패를 당한 아픈 기억이 있다. 더구나 넥센이 자랑하는 필승조 조상우-손승락-한현희를 모두 투입하고 패한 결과였다.
3차전의 교훈은 상대는 통합 3연패를 거둔 삼성라는 점, 그리고 작은 추격의 빌미라도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3차전 교훈을 다시 잊은 듯했다. 이날 5차전의 결과도 3차전과 같았기 때문이다. 넥센은 6회초 서건창의 천금같은 적시타로 1-0으로 앞서고 있었다. 여기에 선발 헨리 소사가 7회 1아웃까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원천봉쇄했고, 조상우가 나와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하지만 8회 조상우가 흔들리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마무리 손승락이 나와 급한 불을 껐다. 넥센의 승리가 가까워지는 듯했다. 9회말도 손승락이 김상수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면서 분위기는 넥센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대시에 이은 재빠른 송구가 돋보였다.
하지만 두 번의 완벽함은 없었다. 후속타자 야마이코 나바로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강정호가 뒤로 빠뜨리며 불행의 씨앗이 잉태됐다. 슬픈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삼성은 악착같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박한이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채태인이 우전안타로 2사 1, 3루 찬스를 만든 뒤 대주자 김헌곤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제 최형우 차례. 최형우는 손승락의 5구째를 노려 1루 베이스를 스치는 우익선상 절묘한 끝내기 2타점 적시 2루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3차전 7회초 2사 1루에서 이승엽의 애매하게 높이 뜬 타구를 강정호가 포기한 사이 좌익수 중견수 2루수가 겹치면서 안타로 만들어 1루주자가 홈까지 밟아 동점을 만들었던 아쉬운 수비가 또 다시 생각나는 장면이었다. 결과적으로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삼성 선수들이 침착하게 찬스를 살린 반면, 넥센 선수들은 경험 부족의 아쉬움 속에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고 만것이다.
3차전 후 아쉬움을 나타냈던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 후 “아쉽다. 경험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겨냈으면 팀도 한 단계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됐을 텐데…”라며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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