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신문로) 이상철 기자] 한 번만 더 이기면 우승이다. 매혹적인 부상도 따른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4위와 11위의 대결, 그러나 단판승부다. FC 서울과 성남 FC, 모두 우승을 자신했다.
FA컵 결승은 오는 23일 오후 2시15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다. 결승을 사흘 앞둔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FA컵 결승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FA컵은 프로와 아마추어를 통틀어 한국 최고의 축구 클럽을 가리는 대회다.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권위 있는 대회로 우승팀에게는 상금 2억원과 함께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결승 진출팀은 모두 우승 경험은 갖고 있다. 성남이 1999년과 2011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도 한 차례 정상을 밟았다. 1998년으로 성남에 비해 꽤 오래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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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수 서울 감독(왼쪽)과 김학범 성남 감독(오른쪽)이 20일 오전 서울 신문로에서 열린 FA컵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 신문로)=곽혜미 기자 |
성남은 서울보다 갈 길이 급하다. K리그 클래식 생존 위기다. 남은 2경기를 모두 잡아야 잔류를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FA컵을 허투루 치를 생각이 없다. 머리는 아프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욕심이 가득하다.
‘학범슨’ 김학범 성남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없어 진퇴양난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라면서 “서울보다 성남이 별(K리그 우승 성남 7회-서울 5회)이 더 많다. 수비만큼은 성남도 상위 클래스다. 내가 오고 나서 끈끈함까지 생겼다. 축제의 땅에서 기분 좋은 추억(우승)을 만들겠다”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은 성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매우 강했다. K리그 기준 2008년 10월 26일 이후 홈 8연승이다. 결승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는 건 서울로선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서울의 주장 김진규는 “우린 홈에서 성남에 매우 강했다. 그 자신감을 갖고 있다. 또한, 내가 성남 골키퍼들을 상대로 골도 넣었다. 징크스는 쉽게 깨지지 않는 법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렇지만 FA컵 역대 전적에서는 성남의 우세. 성남은 1999년 준결승과 2000년 8강에서 격돌해 모두 1골차로 이겼다. 특히, 1999년 서울을 꺾은데 이어 결승에서 전북을 누르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15년 전처럼 서울을 꺾고 정상에서 웃겠다는 게 성남의 꿈이다.
성남의 주장 박진포는 “몇 년 동안 서울 원정에서 이기질 못했다. 분명 서울은 강팀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학범슨이 있다. 징크스는 깨지기 마련이다”라면서 “김진규가 결승에서 실수를 했으면 좋겠다”라고 김진규에게 한방을 날렸다.
서울과 성남은 FA컵 우승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어했다. 서울은 지긋지긋한 FA컵 악연을 끊는 것이고, 성남은 시민구단 전환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리는 것이다.
최용수 감독은 “전북의 탈락으로 FA컵의 존재감이 위축됐지만 성남은 더 무서운 팀이다. 방심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린 FA컵 별 개수가 부족하다. 앞으로 더 많은 별을 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김학범 감독도 “아마 다들 99대1로 서울의 우승을 예상할 것이다. 서울이 더 강하고 홈 이점을 가졌으니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내가 과거 성남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서울에 진 기억이 별로 없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라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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