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제주도 서귀포) 이상철 기자] 군인은 특별한 신분이다. 민간인이 아니다. 복무기간동안 자주 접하기 어려운 민간생활은 낯설지만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 그 특별한 신분에게 더 특별한 생활이 있으니 국가대표 소집이다. 이정협(상주), 그는 슈틸리케호의 유일한 ‘군바리’다.
이정협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에 띄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15일 제주도 전지훈련에 소집됐다. 국가대표 발탁은 처음이다. 올해 상주에 입대해 4골(25경기)을 넣었으나 철저한 무명이었다. 남들도 그를 잘 모르지만 그도 국가대표 생활을 잘 모른다. 유소년 시절 대표팀 선발 경험도 많지 않았다.
이정협은 “소집 명단에 내 이름이 들어갔는데, ‘정말 맞나’ 싶더라. 좋게 봐주신 것 같은데 아직까지 신기하다. 다들 ‘좋겠다’라고 부러워하는데 솔직히 부담도 된다”라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 |
↑ 이정협은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의 제주도 전지훈련 명단 가운데 유일한 군인 신분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일단 뭐든지 좋았다. 음식부터 ‘급’이 달랐다. 상주 소속으로 군인인 그는 부대에서 ‘짬밥’을 먹는다. 그런데 국가대표는 ‘뷔페’다. 먹고 싶은 맛난 음식이 쭉 깔렸다. 먹고 또 먹었다. 하도 많이 먹어 소집 둘째 날까지 소화가 안 될 정도였다. 뒤늦게 눈치를 챈 이정협은 ‘남들처럼’ 식단 관리에 들어갔다. 다만 배고픔은 꺼지지 않았다.
운동은 질리도록 했다. 반복의 연속이다. 그러나 국가대표 훈련은 달랐다. ‘외국인 감독’이라 그럴까. 그에겐 모든 게 흥미롭기만 하다. 18일 오전 훈련에선 ‘전투축구’라는 것도 처음 해봤다. 군인 신분인데 군대에서도 못 해본 ‘전투축구’를 국가대표가 돼서 경험했다. 이정협은 “국가대표 훈련이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정말 재밌다. 전투축구도 그렇고. 시간 가늘 줄 모르고 운동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롤모델’은 이근호(엘 자이시)다. 1년 먼저 입대한 ‘선임명’ 이근호는 상주 최고의 스타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을 넣었으며 트랙터도 탈 수 있는 특혜도 주어졌다. 이근호가 지난 9월 전역한 뒤 이정협은 상주의 새로운 간판선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정협은 “아직 내가 트랙터를 인수받을 ‘짬밥’이 아니다”라더니 “나도 (이)근호형처럼 큰 무대에서 골을 넣은 뒤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는 게 꿈이다. 그래서 국군체육부대장님께 칭찬을 받고 싶다”라며 태극마크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정협이 내달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 나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그는 ‘첫 경험’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최대한 많은 걸 얻고자 노력하고 있다.
![]() |
↑ 이정협(오른쪽)은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의 제주도 전지훈련 명단 가운데 유일한 군인 신분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