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승점 3점과 함께 8강 진출 티켓을 땄다. 그러나 소득은 그게 다였다. 졸전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경기 종료 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을 정도였다. 선수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고, 슈퍼 서브 프로젝트도 실패했다.
이긴 건 한국이고, 8강에 오른 것도 한국이다. 쿠웨이트는 졌고, 조별리그 탈락했다. 그러나 스포트라이트는 쿠웨이트에게 쏠렸다. 경기 종료 후 MVP(Player of the Match)도 쿠웨이트의 아지즈 마샨(카드시아)이 수상했다. 한국에겐 따가운 혹평만이 쏟아졌다.
이기면 ‘장땡’이었다. 아시안컵 8강 토너먼트 제도가 도입된 1996년 대회 이후 2연승으로 조기 8강 진출을 확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용은 최악이었다. 패스 줄기는 번번이 끊겼다. 볼을 자주 뺏겼으며 볼 터치, 드리블도 엉망이었다. 후반 들어 체력과 집중력도 떨어지면서 쿠웨이트에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겼다. 쿠웨이트의 측면 공세에 크게 혼이 났으며, 수비진은 잔 실수까지 하며 우왕좌왕했다. 오만전보다 더욱 최악이었다. 한 마디로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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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흥민(오른쪽)은 감기 증세로 쿠웨이트전에 결장했다. 그가 없는 가운데 한국은 졸전을 펼쳤다. 손흥민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됐다. 사진(호주 캔버라)=AFPBBNews=News1 |
뒤집어 기존 주축 선수인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 구자철(마인츠)의 빈자리가 크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컨디션의 기복이 다소 있어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었던 이들이다. 뛰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줄 수 있는 위협적인 존재들이다.
불만족스러웠던 플랜B로 이들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오는 17일 호주전을 시작으로 우승을 노릴 ‘진짜 강팀’과 일전이 이어진다. 토너먼트 들어선 1경기에 패하면 곧 탈락이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선 대체 카드를 꺼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
그 가운데 이청용은 오른 정강이뼈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중도 하차가 확정돼 14일 귀국한다. 이청용의 이탈로 손흥민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구자철이 오만전을 통해 한결 나아진 플레이를 펼쳤으나 정상 컨디션까진 아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전과 오만전에서 가장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쳤던 손흥민이었다. 득점은 없었으나 두 차례 크로스바를 맞히고 날카로운 프리킥 슈팅을 날리는 등 폼은 좋았다. 감기 증세만 떨쳐내면 더 나은 플레이를 펼칠 것이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함께 만들어갈 동료가 많지 않다. 이근호(엘 자이시), 조영철(카타르SC), 남태희(레퀴야), 김민우(사간 도스)는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볐고 골까지 만들어냈으나 완벽하지 않았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청용마저 없어지면서 쏠림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공격 밸런스’에 문제를 드러낼 수 있다. 자연스레 호주전을 통해 돌아올 손흥민에 대한 집중견제가 있을 것이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손흥민만 막으면 된다’라고 여길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을 봤을 때, 그 판단은 틀리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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