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PGA 홈페이지가 '언터처블(untouchable)' 기록 '톱10'을 뽑은 적이 있다. 그 중 4위가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142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이다. 1998년 2월 페블비치내셔널프로암부터 시작된 이 기록은 2005년 5월까지 이어졌다. 바이런넬슨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우즈는 마지막 홀 4.5m 파 퍼트를 놓치면서 대기록 행진이 마감됐다.
2015년 우즈의 기록을 뒤쫓는 남녀 톱랭커가 있다. '언커터블(uncuttable)' 경쟁에 뛰어든 남녀 주인공은 세계랭킹 3위 애덤 스콧(호주)과 여자 세계 2위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다.
올해 스콧은 지난 해 말까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44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잇고 있다. 우즈 이후 가장 오랫동안 컷 통과 기록을 세운 골퍼는 2007년 시즌 중반까지 48회 연속 한번도 대회 도중 짐을 싸지 않은 노장 스티브 스티리커(미국)다. 한때 우즈의 라이벌이었던 어니 엘스(남아공)도 2007년 마스터스에서 컷오프되기 전까지 46개 대회 동안 한번도 컷오프되지 않은 적이 있다.
스콧은 앞으로 5개 대회에서만 컷통과하면 2005년 우즈 이후 가장 오랫동안 컷오프를 당하지 않는 선수가 된다. PGA투어에 뛴 한국 선수 중에서는 2012년 17회 연속 컷통과에 성공한 노승열이 가장 긴'언커터블' 기록을 갖고 있다. 노승열은 2013년 첫 출전 대회에서 컷오프되고 그해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사실 우즈의 기록을 위협할만한 선수는 이제 17세가 된 여자골퍼 리디아 고다. 리디아 고는 작년 26개 대회에 출전해 26개 모두 컷 통과했다. 아마추어였던 2012년과 2013년에도 16개 대회에서 한번도 컷탈락하지 않았다. 42개 연속 컷 통과 기록이다. 아마추어일 때나 프로에 전향해서나 리디아 고는 LPGA 대회에 출전해 한번도 컷오프를 당한 적이 없다. 앞으로 리디아 고가 컷오프되면 그게 오히려 '뉴스'가 될 정도다. 롱게임이나 쇼트게임 심지어 멘탈까지 완벽에 가깝다고 평가를 받고 있어 리디아 고가 과연 우즈의 기록을 넘을 지 벌써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터처블' 1위 기록인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대회 18승처럼 우즈가 넘기 어려운 연속 컷통과 기록도 있다. 바로 메이저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이다. 이 기록은 지금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가 갖고 있다. 무려 39회 연속 컷통과다. 크리머는 아마추어 시절이던 2003년 US여자오픈에서 컷탈락한 후 11년 동안 메이저대회에서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이어가다 작년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컷탈락했다. 크리머의 39회 연속 본선 진출은 남녀 통틀어 최다 기록이다. 우즈의 메이저 연속 컷통과 기록은 2회 모자란 37회다. 아마 이 기록은 우즈가 끝내 깨지 못하고 은퇴할 공산이 크다.
컷오프는 프로골퍼들에게 쓰라림 그 자체다. 골프 대회에서 컷을 당하면 돈 한 푼 못 받고, 쓸쓸히 짐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먼 곳을 돌아다니며 출전하는 투어라면 비행기삯, 호텔 비용 등 만만치 않은 경비를 모두 날리게 되는 셈이다. 컷 통과한 선수들을 남겨 두고 돌아 가는 그 심정이란, 아마 겪어 보지 않은 선수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컷 당할 때 쓰라린 심정은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가 지금은 끝 모를 슬럼프에 빠져 있는 데이비드 듀발(미국)보다 더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선수도 없을 것이다. 한때
[오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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