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글렌데일)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마무리투수 봉중근(35)이 지난해와 같은 연봉을 받아들인 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늦어진 스프링캠프 합류를 위한 대승적 차원의 결정. 과연 LG 구단의 연봉 동결은 최선이었나.
봉중근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연봉 4억5000만원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의 연봉 동결 제시액을 수용한 최종 결정이었다. 연봉 인상을 요구했던 봉중근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큰 결과다.
봉중근은 팀 내 연봉협상 과정에서 가장 이견이 컸던 선수다.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 난항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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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LG 트윈스 시무식에 참석한 투수 봉중근이 남상건 사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구단의 설득에 봉중근이 두 손을 들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캠프 합류가 늦어지면 자신에게도 팀으로서도 큰 손해였다. 이미 캠프를 떠난 동료들로부터 날아온 ‘빨리 합류하라’는 메시지에 흔들리기도 했다. 투수 조장인 봉중근은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에 마음을 접었다.
LG 구단이 선수들의 연봉 인상을 위해 노력을 적게 한 것은 아니다. LG의 2015년 1군 재계약 선수 연봉 총액은 전년 대비 32% 상승했다. 특히 투수는 45% 인상률을 기록했다. 팀 타율 최하위였던 야수의 인상폭도 22%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LG 구단의 봉중근에 대한 연봉 동결은 아쉬움이 남는다.
봉중근의 지난해 성적은 전년보다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시즌 50경기 2승4패 30세이브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했다. 2012년 마무리 전환 이후 2년 연속 지켰던 1점대 평균자책점이 깨졌다. 하지만 2년 연속 30세이브를 기록했다.
사실 지난해는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으로 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급상승했다. 세이브 부문 3위에 오른 봉중근은 1위 손승락(32세이브‧평균자책점 4.43), 2위 임창용(31세이브‧평균자책점 5.84)과 비교하면 상당히 준수한 성적이다.
LG는 신연봉제로 선수들의 평가 기준을 잡는다. 선수들의 산술적인 성적만 협상테이블에 올라간다. 기록으로 환산할 수 없는 팀에 미친 영향 따위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LG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다. 2013시즌에는 2위로 정규시즌을 마감하며 11년 만에 가을야구 초대장을 얻어 암흑기를 청산했고, 2014시즌에는 최하위에서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뒤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LG가 2년 연속 가을야구를 만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불펜의 힘이었다. 마운드의 끝에는 바로 봉중근이 있었다. 봉중근은 마무리 전환 후 3년간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를 도맡았다. 외국인선수의 부진에 따른 선발진의 붕괴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봉중근의 존재감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 기적의 완성이었던 셈이다.
프로선수들에게 가장 큰 동기부여는 결국 금전적인 보상이다. 하지만 LG 구단에서는 이번 협상서 기록 외적인 요소를 크게 반영하지 않은 모양이다.
봉중근은 2013시즌을 앞두고도 연봉 1억5000만원을 받아들고 큰 상처를 받았다. 이를 악물고 그해 55경기에 등판해 8승1패 38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을 기록하며 팀의
봉중근은 징검다리 해마다 연봉계약에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봉중근은 팀의 우승을 위해 캠프 합류를 서두르고 있다. 우승을 노리는 LG가 2015시즌 종료 후 또 봉중근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게 될까. 사과도 계속 하면 습관이 된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