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은어 중에 ‘볼매’라는 게 있다. ‘볼수록 매력있다’의 줄임말이다. 슈틸리케호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기대가 컸으나 의문과 비난도 없지 않았던 슈틸리케호였으나 한 계단씩 오르면서 시선은 점차 긍정으로 바뀌고 있다. 슈틸리케호를 응원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불과 1,2주 전과는 180도 달라졌다.
슈틸리케호가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난적’ 우즈베키스탄과 연장 혈투를 치른 끝에 2-0으로 승리했다. 3회 연속 준결승에 오르면서 55년 만의 우승에도 한걸음 더 다가섰다. 두 판만 더 이기면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게 된다.
기대 이상이다. 우려가 적지 않았다. 정상 전력이 아니었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박주영(알 샤밥) 등 경험 많은 공격수가 부상 및 부진으로 낙마했다. 게다가 이청용(볼턴), 구자철(마인츠)마저 대회 도중 쓰러지며 하차했다.
![]() |
↑ 한국은 22일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고 2015 AFC 아시안컵 준결승에 진출했다. 사진(호주 멜버른)=AFPBBNews=News1 |
그 가운데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특히, 단 1골도 허용하지 않았다. 국제대회에서 무실점 경기를 이어간다는 건 쉽지 않다. 상대가 약한 것도 아니었다. 호주와 우즈베키스탄은 톱시드이며 오만과 쿠웨이트도 복병으로 꼽혔다.
국제대회에서 결과물을 만드는 건 가장 어려운 일이다. 슈틸리케호의 항해는 마치 4개월 전의 이광종호를 연상케 한다. 무실점 전승으로 28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땄다. 특히, 눈에 띄는 한 명의 선수가 아니라 하나의 팀이 되어 점차 강해지며 정상을 밟았다. 비난 여론도 쏙 들어갔다. 슈틸리케호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 아시안컵 호주전을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더니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한층 나아졌다. 특히, 전반보다 후반, 후반보다 연장에서 더 훌륭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들어 침착하게 경기를 하며 실수가 많이 주는 등 잘 해줬다. 그리고 연장 30분은 우리가 승리를 가져갈 자격을 보여줬다”라고 칭찬했다.
무엇보다 ‘원팀’이 됐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모두의 희생이 있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승리였다. 모두 다 쉴 새 없이 뛰고 또 뛰었다. 몸도 아끼지 않으며 부딪히고 또 부딪혔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서로에게 힘이 됐다. 승리라는 목표 아래 똘똘 뭉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에 칭찬할 수밖에 없다”라고 박수를 쳤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의 슈틸리케호 아시안컵 여정은 대단히 ‘성공적’이다. 55년 만에 우승의 한을 풀 기회를 잡았다. 모두 다 욕심 많은 이들이기에 우승에 대한 꿈을 간직하고 있으며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는 26일 준결승이 중요해졌다. 한국은 1988년 대회 이후 단 한 번도 결승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시아경기대회와 마찬가지로 아시안컵도 준결승이 매번 고비였다. 이번에도 그 징크스에 울어 우승하지 못한다 해도 슈틸리케호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
절대적인 목표는 우승이 아니다. 실추된 한국축구의 명예 회복이다. 아시아 내 위상이 떨어졌고 국내 축구팬으로부터 신뢰도 잃었다. 7개월 전까지만 해도 한국축구는 밑바닥까지 추락했다. 다시 일어서야 했고. 등 돌린 축구팬도 돌려야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좋은 축구를 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축구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축구를 펼치겠다는 출사표도 밝혔다. 호주로 출국하기 전에도 “멋진 축구로 좋은 경기를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슈틸리케호는 점점 색깔을 내고 있으며 점점 그 매력에 뼈져들고 있다. 박지성은 아시안컵 응원메시지로 “(우승하지 못하더라도)신뢰 회복만으로 큰 성
박지성의 바람대로 슈틸리케호는 그 목표를 이미 달성했다. 짧은 준비 시간과 잇단 악재에도 가능성을 보였다. ‘내일은 더 강해지겠다’더니 그 희망을 품게 해줬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