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한국수영 간판스타 박태환(26)이 맞은 것으로 급격한 유명세를 탄 주사제 ‘네비도’가 한국어 설명서 첫 줄에 약물검사 양성반응 위험성을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네비도’는 아스피린을 발명한 것으로 잘 알려진 독일의 세계적인 제약사 ‘바이엘’ 제품이다. 바이엘은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한국축구 불세출의 스타 차범근(62)이 1983~1989년 활약한 팀이자 현 대표팀 간판스타 손흥민(23)이 2013년부터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다.
이미 1955년부터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한 ‘바이엘’ 제품답게 ‘네비도’의 제품설명서는 전문이 한글로 번역되어 유통되고 있다. ‘일반적 주의’ 첫 줄을 보면 ‘이 약을 사용함으로써 도핑 시험에서 양성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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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비도’ 사용설명서 ‘일반적 주의’ 첫 줄에는 ‘도핑 시험 양성’을 경고하고 있다. 사진=바이엘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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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도핑방지위원회 금지약물검색 결과. ‘네비도’는 경기기간 중은 물론이고 경기기간 외에도 ‘금지’ 약물로 경고된 제품이다. 사진=한국도핑방지위원회 공식홈페이지 화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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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비도’ 주요정보.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에 테스토스테론 대치치료’,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 10~14주마다 주사’라고 효능과 용법을 알리고 있다. 사진=바이엘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화면 |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강화 효과만큼이나 금지약물로도 유명하다. 이미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는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고 최근에는 종합격투기 UFC에서도 숱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네비도’라는 제품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성분 모두 도핑 관련으로 스포츠계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이름들이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두봉)의 소환 조사에서 박태환과 병원 측 모두 ‘네비도’가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박태환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았다”고 이미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남성호르몬 수치를 인위적으로 높이는 주사를 놓기로 했음에도 금지약물인지 몰랐다면 결정권자인 의사는 의료진 자격이 없다. VVIP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박태환 같은 거물을 진료하면서 주사제 한글설명서의 주의사항도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담당 의사는 검찰에서 “박태환에게 처음 주사를 놓은 것은 2013년 12월이다. 처방 내용을 서류로 출력하여 매니저에게도 전달했다”면서 “이후 2014년 2월 약물검사를 통과했다고 들었기에 7월 2번째 주사를 하면서도 의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비도’의 설명서의 ‘용법/용량’에도 ‘10~14주마다 주사한다’는 문구가 있다. 2회 이상 주사해도 무방하다는 얘기다.
의사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태환 측은 이미 2013년 12월에 주사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문의했다면 ‘네비도’가 금지약물임을 알려줬을 것이어서 더욱 안타까움을 준다. ‘동의’ 하에 주사를 맞은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주사의 정체 확인에 대해 너무도 ‘부주의’했다는 비판을 면하긴 어렵다.
결론적으로 병원과 박태환 측 모두 ‘네비도’가 금지약물이라는 것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정황이 명확하다. 법적인 시시비비와 상관없
문제가 된 WADA의 약물검사는 2014년 9월 초 시행됐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21~26일 진행된 제17회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수영종목에서 은1·동5를 획득했다. 그러나 약물검사가 대회 전에 진행됐기에 혐의가 인정되어 징계가 확정된다면 메달이 모두 박탈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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