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서민교 기자] “우리 (오)재원이 주장 잘하고 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두산 베어스의 캡틴을 맡은 오재원(30)은 “힘들어 죽겠다”고 난리다. 하지만 ‘홍반장’ 홍성흔(39)이 그렇다면 맞는 말이다. 홍성흔에게 등 떠밀려 맡았다는 주장 완장이 꽤 잘 어울린다.
오재원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의 스프링캠프장에 두꺼워진 팔뚝을 자랑하며 나타났다. 강도 높은 훈련의 흔적. 거침없는 스타일의 오재원도 캡틴은 부담스러운 자리인가 보다. 주장 이야기만 나오면 앓는 소리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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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캡틴 오재원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스프링캠프장에서 우람한 팔뚝을 자랑하며 늠름하게 서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오재원이 주장을 맡았지만, 뒤는 홍성흔이 봐준다. 사실상 멘토다. “홍성흔 선배가 하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지금도 막히는 부분이나 어려운 부분이 있을 때 많이 물어본다. 언제나 명쾌하게 해답을 주신다. 나한텐 아빠 같은 존재다.” 역시 뒤에서 귀를 세운 홍성흔이 흐뭇하게 뒤에서 웃는다.
오재원이 주장 역할을 유독 힘들어 하는 것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책임감 때문에 힘들다.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내 성격이 막 넘어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하나하나 짚고 넘어가는 스타일이다. 예전에 형들이 할 땐 몰랐는데 내가 하려니 그냥 넘어가질 못해 힘들다.” 이래서 홍성흔이 인정한 주장인가 보다.
오재원은 프로 데뷔 이후 지난 시즌 개인 최고의 성적을 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과 함께 연봉도 1억70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올랐다. 행복도 잠깐. 그는 2015시즌을 위해 달릴 준비로 여념이 없다.
캠프 2주차에서는 몸만들기로 여념이 없다. 페이스는 천천히 끌어올리는 중. “어차피 운동하면 빠지니까 체중과 힘을 모두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 한 쪽에 치우치지 않게 균형을 맞추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상체 근육은 지난해와 비교해 훨씬 커졌다. 새 외국인선수 잭 루츠가 보고 놀란 큰 덩치의 선수 중 오재원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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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재원은 2루 수비에 대한 걱정은 없다. 올 시즌 목표는 오로지 타격에 꽂혀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타격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이유는 자신만의 목표치가 있기 때문. 오재원이 올해 꽂힌 숫자는 ‘345’다. 타율 3할-출루율 4할-장타율 5할을 목표로 잡았다. 그는 지난 시즌 타율 3할1푼8리 출루율 4할4리 장타율 4할5푼1리를 기록했다. 모두 커리어 하이.
하지만 만족은 없었다. “조금만 더 정확성을 가지면 ‘345’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홈런이 꼭 아니라 2루타로도 충분히 장타율을 올릴 수 있다. 시즌을 나기 위한 체력 보강 훈련을 하고 있지만, 타구에 힘이 실리면 2루타로 빠져나가는 것도 더 많아질 수 있다. 몇 푼만 더 올리면 된다.” 이어 지난해 50도루를 기록하고도 “도루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끝없는 욕심을 드러냈다.
한참 오재원으로 말을 쏟아내던 그는 다시 주장으로 돌아왔다. 팀 두산이었다. “정상권에 항상 있던 팀이 포스트시즌을 가지 못했다. 항상 잘할 수는 없지만, 이번엔 다시 잘 할 수 있을 것 같
그리곤 ‘허슬두’를 외쳤다. “난 내 성격과 이미지 때문에 오해를 사니까 피곤하다. 그래도 상관없다. 후배들한테도 그런다. 실력으로 안 되면 입으로라도 하라고. 파이팅을 해야 한다. 실력으로 형들을 못 이기면 다른 걸로라도 이겨라.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역시 그냥은 못 넘어가는 성격이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