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일본의 천재적인 야구선수를 떠올리면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말린스)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한국에도 ‘천재’ 소리를 듣는 야구선수는 불혹을 넘긴 이병규(41‧LG 트윈스)가 있다. 하지만 둘은 나란히 천재라는 말을 거부했다.
“난 천재가 아니다. 다른 사람보다 재능이 조금 더 있는 것이다. 정말 천재인 이치로도 말하지 않았나. 천재가 싫다고. 노력을 얼마나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누구나 재능은 있다. 그걸 잘 살려서 얼마나 자신의 것으로 만드냐의 문제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병규의 말에는 자만도 자신도 거치장도 없었다. 불혹을 훌쩍 넘긴 그는 올해 가슴에도 노력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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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이병규(9번)가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프링캠프장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훈련에 나서고 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
LG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이병규도 “팀은 잘했다. 처음만 안 좋았지, 최하위에서 4위까지 했다. 같이 하지 못한 것은 서운하지만, 선수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큰 해였다. 반복된 부상이 발목을 잡으며 62경기 타율 2할5푼1리 2홈런 25타점에 그쳤다.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조금 더 노력을 더했다.
“작년에 많이 쉬었다. 이번 시즌 중요하다. 그래서 준비를 많이 하고 왔다. 지금은 준비를 잘하고 있는 상태다.” 이병규 특유의 웃음을 보니 몸은 좋다. 일단 부상 재발을 막기 위한 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작년에는 나도 왜 그렇게 부상이 왔는지 모르겠다. 생각지도 못했던 부상이 갑자기 와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작년에 그런 경험을 했으니 올해는 준비를 잘해야 한다. 그래서 겨우내 트레이너 코치님도 도움을 많이 주셨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올해 LG의 외야는 최고의 내부 격전지로 꼽힌다. 베테랑 외야수들과 젊은 외야수들의 세대교체의 시작점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병규도 “세대교체는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 맞다. 후배들이 준비를 많이 하고 잘해서 올라와야 한다”며 후배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현실적으로 시기상조라고 했다. 선배들의 힘을 후배들이 당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 “여전히 LG는 선배들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쉽게 이 자리까지 오른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배들이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이병규는 ‘우승’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기 불편해 했다. “선수들의 마음속은 다 우승이다. 하고 싶지 않은 선수가 누가 있겠나. 쉬운 게 아니다. 말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1994년 이후 지난 20년간 우승을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은 그렇게 묻어나왔다. “우린 20년이 넘도록 우승을 못했다. 어린 선수들도 경험이 쌓였다. 팀 전체가 1, 2군까지 다 같이 힘을 합쳐야 우승을 할 수 있다. 나도 남은 기간 동안 도움을 주고 싶다. 좋은 추억 하나 만들고 가야 하지 않겠나.”
그가 웃으며 말한 ‘좋은 추억’은 바로 21년 만의 우승이었다. 그는 천재성이 아닌 노력으로 우승 후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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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의 적토마 이병규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사진(美 글렌데일)=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