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좋은 선수가 좋은 감독이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선수 시절 명성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이들이 감독이 된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선수로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감독은 총 여덟 명이다. 1964년 요기 베라가 뉴욕 양키스 감독이 된 것을 시작으로 레드 쉐인딘스트, 밥 레몬, 프랭크 로빈슨, 토니 페레즈, 테드 윌리엄스가 감독의 길을 걸었다. 현역 중에는 라인 샌버그 필라델피아 필리스 감독, 그리고 이번 시즌 감독이 된 폴 몰리터 미네소타 트윈스 감독이 있다.
이들 중 몰리터와 샌버그, 윌리엄스는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후 감독이 됐다. 나머지는 감독을 하던 도중, 혹은 은퇴 이후 명예의 전당에 올랐지만, 선수로서 쿠퍼스타운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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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랭크 로빈슨은 선수 시절 좋은 모습으로 명예의 전당에 올랐지만, 감독으로서는 길고 가는 삶을 살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
레몬도 캔자스시티(1970-1972), 시카고 화이트삭스(1977-1978), 뉴욕 양키스(1978, 1981) 감독을 맡아 통산 430승 403패 승률 0.516을 기록했다. 1978, 1981 양키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과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경험했지만, 시즌 도중 합류했다.
베라는 1964년 양키스 감독을 맡아 99승 63패의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1973년에는 뉴욕 메츠 감독으로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 우승은 하지 못했다. 통산 성적은 484승 444패.
그러나 나머지 명예의 전당 멤버들은 성공적인 감독 생활을 보내지 못했다. 토니 페레즈는 1993년 신시내티 레즈, 2001년 플로리다 말린스 감독을 맡았지만, 둘을 합쳐 74승 84패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로빈슨은 클리블랜드(1975-1977), 샌프란시스코(1981-1984) 볼티모어(1988-1991), 몬트리올 엑스포스-워싱턴 내셔널스(2002-2006)에서 꾸준히 감독을 맡았지만, 16년간 1065승 1176패 승률 0.475로 부진했다. 포스트시즌은 단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 입성 뒤 감독직에 오른 경우를 보면 더 초라하다. 윌리엄스는 1966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뒤 1969년 워싱턴 세네이터스 감독에 올랐다. 그러나 팀이 텍사스로 연고를 이전한 1972년까지 4시즌 동안 273승 364패 승률 0.429에 머물렀다. 첫 시즌을 제외하고는 5할 승률을 넘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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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몰리터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여덟 번째 명예의 전당 출신 감독이며, 세 번째로 명예의 전당 입성 뒤 감독 자리에 올랐다. 사진= MK스포츠 DB |
그런 분위기는 2015시즌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필라델피아는 이번 겨울 고액 연봉 선수들 정리에 실패했고, 유망주 층은 여전히 빈약하다. ‘ESPN’의 칼럼니스트 짐 보우든은 “약한 전력과 취약한 팜 시스템, 나쁜 클럽하우스의 분위기는 감독 교체로 이어지기 마련”이라며 샌버그를 이번 시즌 경질이 유력한 감독 중 하나로 꼽았다.
‘FOX스포츠’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은 명예의 전당 출신 감독들의 부진에 대해 ‘현역 시절 너무 좋은 선수들이었기에 젊은 선수들이 자신의 기대치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견디지 못 한다’고 해석한다.
샌버그는 필라델피아 감독에 오르기 전 마이너리그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800경기에서 감독을 맡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자신의 그 시절만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이지만, 메이저리그 감독 생활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그만큼 ‘잘 하는 것’과 ‘잘 가르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일이다.
그렇다면 몰리터는 어떨까. 그는 샌버그와 비슷한 상황에서 감독 자리에 올랐다. 마이너리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감독이 되기 전 메이저리그 팀에서 코치로 일하며 앞선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는 모습을 봤다.
몰리터는 “‘성공적인 선수 경험을 가진 감독들은 인내심이 없다’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그러나 나는 야구가 어려운 스포츠라는 것을 절대 잊지 않고 있다”며 자신의 현역 시절을 기준으로 선수
명예의 전당 출신 감독이라고 해서 모두가 실패한 것이 아니듯, 그에게도 성공의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 있다.
그는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다시 말해주고, 도와주고, 지지해주고, 용기를 넣어주면서 그들 옆에 있을 것”이라며 앞선 이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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