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승민 기자] ‘144경기 중의 한 경기일 뿐’.
냉철한 사령탑들은 흔히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야구 없는 다섯 달을 견디고 드디어 만나는 한 경기. 개막전은 팬들에게 축제고, 그 선발 마운드는 투수에게 영광이다.
일본 전훈캠프지를 중심으로 한일 프로야구팀들의 본격적인 스프링트레이닝 연습경기 레이스가 시작된 가운데, 일본팀들은 벌써 ‘개막전 선발’ 마케팅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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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의 우완 에이스 윤성환은 최근 6년 중의 세 차례 개막전에 삼성의 시즌 첫 번째 투수로 출격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개막전 선발의 상징성에 무게를 두는 일본팀들은 선택이 보수적인 편이다. ‘붙박이’ 간판이 많고, 외인 투수의 선택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오승환의 한신이 2013년에 이어 2년만에 랜디 메신저(34)를 개막전 선발로 올릴 예정이지만, 올해도 ‘소수파’가 될 확률이 높다. 일본 12개팀의 개막전 선발 투수 명단에 외인은 최근 10년 동안 2명을 넘겼던 적이 없다.
반면 한국프로야구는 토종 에이스들이 오래 고전중이다. 각팀 선발 원투펀치의 외인 점유율이 극심하게 높은데다, 국내 벤치들은 개막전 선발의 상징성에 덜 집착해 실리형 선택이 많다.
2010년 개막전 4경기에 8개 팀이 6명의 외국인 투수를 올린 이후 최근 5년간 한국 프로야구 개막전에서는 외인 선발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9개 팀 첫해인 2013년은 7명으로 거센 ‘外風’. 5명의 토종 에이스들이 분전한 지난해의 4명이 가장 적은 외인 비율이었다.
10개 구단 첫해인 2015시즌은 어떤 그림이 될까.
김광현(27·SK) 양현종(27·KIA)이 잔류하고 장원준(30·두산)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올해, 토종 에이스들의 개막전 출격 비율은 은근히 반등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은 개막전 선발 마운드의 ‘국내파 수호대’ 팀이다. 지난 7년 동안 개막전 외인 선발 투수가 전무했다.
올해는 특급 외인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31)가 연습경기 출전을 시작한 반면, 윤성환(34)은 괌 전훈에서 허리통증을 겪어내 미세한 페이스 차이가 있다. ‘그래도 삼성’의 한달뒤 선택으로는 일단 윤성환이 강력한 기대를 받는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줄곧 외인 선발들을 앞장세웠던 SK는 지난해 김광현이 데뷔 첫 개막전 마운드에 올랐다. 트레비스 밴와트(29)와 메릴 켈리(27)가 실속파로 꼽히지만, 김광현의 2년 연속 개막전 출격 확률은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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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퍼트는 지난 4년간 두산의 개막전 선발 마운드를 도맡았다. 사진(미 애리조나 피오리아)=천정환 기자 |
만약 두산이 토종 선발을 올린다면, 2009년 개막전의 김선우(은퇴) 이후 6년만이 된다.
넥센 SK 두산과 함께 2010년 이후 줄곧 외인 에이스에 의지해왔던 LG는 지난해 김선우를 개막전에 올렸었다. 올해의 1번 카드로는 일단 외인 투수들이 준비 중이다. ‘빅리그’ 두자릿수 승수 경력의 루카스 하렐(30)이 있고, 국내파 수준의 한국 야구 ‘중견’ 헨리 소사(30)도 있다. 지난해의 ‘살림꾼’ 선발 우규민(30)은 시즌 후 고관절 물혹 제거수술을 받고도 개막전 정상가동이 가능하다는 소식인데, 과연 외인 팀 동료들과 최종 선택을 겨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KIA는 지난 5년간 해마다 개막전 선발이 바뀌었다. 올해는 초대 최동원투수상 수상자 양현종이 국내파 에이스의 명예를 걸고 개막전의 얼굴에 도전할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송승준(35)을 믿었던 롯데의 뚝심, 류현진(28·LA다저스)이 떠난 후 2년 연속 외인 개막전 선발을 냈던 한화의 뜨거운 겨울도 올해의 첫 선발카드를 기대하게 한다.
필 어윈(28) 앤디 시스코(32)의 장신숲을 뚫고, ‘영건’ 박세웅(20)이 제10구단 KT 데뷔전의 첫 번째 투수로 신임 받는다면, 지난 2007년 한화 류현진 이후 8년 만에 가장 젊은 어깨의 개막전 선발투가 실현된다.
이번 주부터 각 팀은 본격적으로 올해의 선발 후보들을 연습경기 마운드에 올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 달,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레이스를 지켜보며 10개 팀 벤치의 마지막 저울질을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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