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서민교 기자] KIA 타이거즈가 40여일간의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대장정 마감을 하루 앞뒀다. 더 이상 연습경기는 없다. 3일 오키나와 긴 구장에서 마지막 훈련으로 마무리를 한 뒤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연습경기 9연패. 결과가 의미 없는 연습경기라도 전지훈련 성적은 바닥이다. 위안은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김기태(46) 감독은 물음표 붙은 KIA 캠프에서 무엇을 찾았을까. 당장 해답이 없어도 웃어야 하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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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 KIA 타이거즈 감독이 일본 오키나와 긴 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면서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日 오키나와)=김영구 기자 |
올해 KIA도 마찬가지다. KIA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김기태 감독은 2012년 LG 트윈스 사령탑에 올라 이듬해 11년만의 가을야구를 이끌었다. LG의 10년 흑역사를 청산한 것. LG를 똘똘 뭉치게 만든 힘은 김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었다.
KIA가 김 감독에게 기대를 하는 것은 어지러운 KIA를 재정비하는 일이다. KIA를 향한 시선은 리빌딩으로 향한다. 하지만 오키나와 캠프에서 만난 김 감독은 ‘리빌딩’이라는 단어에 민감했다.
김 감독은 “리빌딩 작업은 갑자기 되는 것이 아니다. 감독 뿐 아니라 고참과 젊은 선수들 모두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어 “리빌딩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 방법은 감독이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KIA 사령탑 부임 이후 흐트러진 선수단 분위기부터 다잡았다. 지난해 1군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했던 내야수 최희섭을 다시 타석에 서게 했다. 은퇴까지 고려하던 최희섭이 다시 방망이를 잡고 팀 훈련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김 감독은 “최희섭의 올 시즌 부활 가능성은 아주 높게 보고 있다. 캠프에서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우리 팀에서는 중요한 선수다. 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KIA는 예상 밖 악재도 있었다. 베테랑 투수 김병현이 괌에서 재활을 하다가 맹장(충수)염으로 수술을 받고 훈련을 중단한 상태다. 회복 기간이지만 시즌 개막에 맞춰 합류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김 감독도 “갑자기 맹장 수술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재활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한국에 들어가서 보고를 받아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좌완 에이스 양현종의 페이스도 늦다. 아직 불펜 피칭조차 소화하지 못했다. 개막전 선발 등판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양현종은 캠프 중도 하차해 선수들과 끝까지 함께 못하고 귀국했다.
그래도 김 감독이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유망주들 때문이다. 이번 캠프에서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을 활짝 열었다. 지금 KIA에는 다른 팀과 비교해 이름이 알려진 스타플레이어가 적다. 객관적 전력에서 저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곧 미래의 KIA를 이끌 기대주들이기도 하다.
김 감독도 캠프 기간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김 감독은 “신진 선수들이 많이 좋아졌다. 눈에 띈 선수도 많다”며 “연습경기에서는 많이 졌지만, 이런 경험으로 배우는 것도 많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김 감독은 “선수들이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KIA는 전지훈련 기간 분위기가 좋았다. 김 감독도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며 밝고 활기찬 분위기로 바꾸기 위해 발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소통하고 있다. KIA에서도 ‘형님 리더십’이 효과를 볼 수 있을까. LG를 ‘기적의 4강’으로 이끌었던 ‘김기태 매직’이 또 한 번 나올 수 있을까. 아직은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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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태 감독이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사진(日 오키나와)=김영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