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오키나와)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35)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단 한 번 등판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봉중근의 9구를 본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마구’도 있었다.
봉중근은 지난 2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 첫 등판했다. 팀이 2-5로 지고 있는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이닝 퍼펙트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세 타자 상대 투구수는 단 9개. 공격적인 투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뒤 가볍게 땅볼(채태인)-땅볼(이정석)-뜬공(김재현)으로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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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봉중근이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몸을 풀며 이동현과 장난을 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이날 봉중근의 첫 실전 투구 포인트는 다양한 구질에 있었다. 특히 올해 일본에서 몸을 만들며 일본프로야구 현역 최고령 투수 야마모토 마사(50‧주니치 드래건스)로부터 전수받은 ‘마구’를 과연 던질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컸다.
마구는 채태인을 상대로 딱 1개만 던졌다.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 새로운 구질을 하나 더 추가했다’라는 것을 엄포한 셈. 봉중근은 “오늘 다양한 구종을 던졌다. 일부러 한 번 보여줬다”고 했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봉중근의 마구를 본 삼성 타자들도 흠칫 놀랐다. 직접 체감한 채태인도 더그아웃에서 지켜본 이승엽도 당황한 것. 봉중근은 “채태인과 (이)승엽이 형이 와서 ‘이상한 걸 던지네’라고 하더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누구보다 봉중근의 투구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두 타자의 입에서 나온 탄성에 자신감도 더했다. 이어 봉중근은 “오늘은 그냥 한 번 보여준 거다. 한 번 던져봤는데 잘됐다”라고 말했다.
봉중근이 말한 ‘마구’의 실체는 그립 잡는 법을 새로 배운 뚝 떨어지는 포크볼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선보였던 슬라이더도 포함됐다.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등 5가지 구종으로 늘었다.
봉중근이 마구를 장착한 이유는 노출된 자신의 투구 분석 때문이다. 봉중근은 “내 구종은 이미 다 파악이 됐기 때문에 새로운 구질을 보여준 것이다. 상대가 투구 분석을 할 때 헷갈리게 하려는 것”이라며 “실제로 마구를 던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다 직구나 슬라이더를 그냥 던질 수도 있다”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였다.
사실 마무리 투수에게 새로운 구종 도전은 모험이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자칫 익숙하지 않은 구종을 선택했다가 오히려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도 “떨어지는 볼로 투심을 연마하고 있는데, 마무리 투수는 실전에서 결과가 나쁘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막상 경기에서는 던지기 힘들다”고
봉중근의 마구도 결정구는 아니다.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조금 더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양상문 LG 감독도 “새로운 구종을 하나 더 갖고 있는 것은 좋은 것이다. 봉중근의 체인지업은 상대 타자들에게 익숙하다. 포크볼을 가끔 섞어 던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반겼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