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성남) 이상철 기자] 남들보다 빨리 한 해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기대만큼 상큼한 출발은 아니었다. 반전이 필요했고 승리가 필요했다. 더욱이 96주년 삼일절이 지난 지 얼마 안 돼 갖는 일본 J리그 팀과 대결이었다. 승리의 목마름은 더욱 갈증이 났고 승부욕은 더욱 커졌다.
성남 FC는 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감바 오사카와 2차전을 앞두고 각오가 남달랐다. 일주일 전 태국 원정에서 부리람 유나이티드에게 1-2로 패했던 터라, 이번 경기마저 그르칠 경우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바라보기 어려웠다.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성남의 브랜드를 알리려다 망신만 사는 꼴이다. 더욱이 오는 7일 개막하는 K리그 클래식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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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 FC는 3일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감바 오사카를 꺾고 16강 진출의 희망을 쐈다. 사진(대한민국 성남)=AFPBBNews=News1 |
결사항전. 이 한 단어로 성남이 감바전에 임하는 각오를 표현할 수 있겠다. 삼일절을 빗대 삼삼절이라며 ‘결전의 날’이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주장 김두현은 “부리람전 패배로 많이 반성했다. 집중력을 높이고 자신감만 갖는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라운드에서 그걸 보여주겠다”라고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평소 강한 표현을 하지 않는 김두현이었다. 꽤나 힘을 준 각오였는데 그만큼 성남 선수단의 분위기를 잘 대변했다.
‘극일’의 정신력은 성남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경기 초반부터 강한 압박으로 감바를 놀라게 했다. 터프한 플레이로 상대의 기를 죽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부리람에 혼났던 걸 그대로 감바에게 되갚았다. 초전 박살이었다.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성남은 전반 7분 황의조가 오구라 쇼헤이의 파울에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었다. 그리고 히카르도 부에노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예상을 깬 이른 선취골이었다. 또한, 감바에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보기 좋게 깼다.
감바가 약했던 건 아니다. 우사미 다카시, 묘진 도모카즈를 벤치에 뒀지만 패트릭, 엔도 야스히토, 김정야, 오재석 등 주축 선수들을 모두 내세웠다. 그럼에도 성남은 일본 무대를 평정한 J리그 최강팀과 대등한 경기를 벌였다. 전반 중반 이후 감바의 반격이 더욱 거세졌지만 성남의 수비는 그보다 더욱 단단했다.
오히려 성남의 역습이 예리했다. 후반 8분 김두현의 슈
K리그의 자존심과 함께 AFC 챔피언스리그 생존이 걸린 한판이었다. 성남은 모든 토끼를 다 잡았다. 감바에게 두 번째 패배라는 충격과 함께 조별리그 탈락 위기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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