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구) 김원익 기자] “1km를 더 빨리 던지는 것보다 1cm를 얼마나 더 옆으로 던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나 역시 100승을 했을 때는 200승을 꿈도 꾸지 못했다. 오래도록 마운드에 오르려면 많이 뛰는 것이 중요하다. 더 많이 뛰어라.”
개인 통산 최다승(210승)을 기록 중인 전설, ‘송골매’ 송진우가 후배 장원삼에게 건넨 조언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좌완 장원삼은 지난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정규시즌 경기서 개인 통산 100승을 거뒀다. 통산 24번째 기록. 특히 역대 24명의 투수 중에서 좌완은 단 2명뿐이다. 공교롭게도 해당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송진우 KBS N 해설위원이 바로 장원삼 이전에 그 기록을 밟은 유일한 좌완투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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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5월, ‘송골매’ 송진우가 잠실 LG전을 앞두고 더그아웃에서 손목 근력 강화를 위해서 쇠망치를 들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이때문에 송 위원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동시에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는 후배에게 하고 싶은 조언도 있었다.
8일 삼성과 롯데의 경기를 앞두고 만난 송 위원은 “공이 2~3km 정도 더 빨랐으면 좋겠지만 나머지는 좋았다. 장원삼은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수싸움에 능하다”라며 “특히 슬라이더를 몸쪽 바깥쪽 높은 코스로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좋았다”고 100승 경기를 평가했다.
200승은 머나먼 길이며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송 위원은 “사실 200승은 쉽지 않다. 그런데 나 역시 그때가 인천이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에 내가 프로에서 100승을 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그때는 팀이 약해서 정말 어렵게 100승을 했다. 그런데 1경기, 1년씩 그렇게 조금씩 하다보니 결국 200승까지 했다”며 자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장원삼 또한 절반인 100승이라 200승이 쉽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내 기록을 누군가 깨주길 희망한다. 삼성이라는 강팀에 있고 또 수싸움과 제구력이 좋은 투수인 만큼 장원삼도 200승이 가능하다”며 후배에게 덕담을 건넸다. 물론 장원삼은 아직은 엄두도 안 난다는 눈치. 100승 직후 “내가 하려면 15년, 아니 최소 10년은 더 해야 할 것”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역대 24명의 100승 투수 중 좌완이 단 2명인 것에 대해서는 제구력의 차이를 꼽았다. 송 위원은 “정확한 통계를 내봐야겠지만 왼손 투수들이 오른손 투수들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제구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좌완이 우완에 비해서 변화구의 각이 더 좋고, 우타자를 상대해서 몸쪽으로 들어가는 공들만 잘 던질 수 있다면 충분히 위협적이다. 결국 얼마나 더 몸쪽에 연속해서 던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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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스의 레전드 송진우는 자신의 최다승(210승) 기록을 누군가 깨주길 원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송 위원은 210승과 함께 103세이브 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구원으로 뛰지 않았다면 250승도 돌파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거기에 대졸투수라서 기록을 세우는데 약점도 있었다.
하지만 송 위원은 “구원을 했던 것에 대해서 후회는 없다. 구원을 하면서 그만큼 많이 나와서 승리를 한 것도 있다. 또 많이 던진 것에 의미가 있다”며 “200승이 물론 내겐 가장 가치 있는 기록이지만 3000이닝 또한 그것에 버금가는 의미가 있다. 고졸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면 일찍 팔이 탈이 났을지도 모른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전설’이 자신의 뒤를 따르고 있는 후배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 “러닝이다. 결국 이것밖에 없는 것 같다. 야구를 알 나이가 되면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쉽지 않다. 그것(노화)은 어쩔 수 없지만 얼마나 더디게 떨어지는지가 문제”라며 “나이를 먹으면 경험은 는다. 하지만 그만큼 뛰기는 싫어진다. 그것은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러닝을 많이 한다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더 늦출 수 있다. 힘들지만 더 견
후배를 향한 진지한 조언 속에는 감출 수 없는 애정과 신뢰도 담겨 있었다. 송 위원은 “장원삼이 겨울 동안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서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 준비를 상당히 했다고 들었다. 그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투수”라며 거듭 장원삼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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