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자동문.’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불명예스러운 꼬리표 중 하나다. 상대팀은 KIA전에서 출루만 하면 베이스를 훔쳤다. 잘 뛰지 못하더라도 잘 잡아야 하는데 KIA는 그렇지 못했다. ‘기동력 야구’란 표현에 학을 뗄 지 모른다.
김기태 KIA 감독은 초반 12경기를 치른 뒤 되짚어 보겠다고 했다. 6연승과 5연패를 경험하면서 잘 된 점과 안 된 점을 찾아 보완하겠다는 의중이다. 그 점에서 KIA의 도루 저지는 잘 된 점일까, 아니면 안 된 점일까. 좀 나아졌을까.
KIA는 지난 2년간 가장 도루를 저지하지 못하는 팀이었다. 2년간 355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2년 연속 최다 도루 허용이다. 2위 팀과 격차도 각각 91개와 107개였다. 도루에 관해 아주 독보적인 팀이었다. 상대는 KIA만 만나면 마음 놓고 뛰었다(총 476번). 굴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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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는 올해 6번의 도루를 저지했다. 그러나 허용한 것도 16번이었다. 상대는 여전히 KIA만 만나면 2루와 3루를 향해 뛰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좀 더 냉정하게 기록을 찬찬히 뒤질 필요가 있다. KIA가 잘 했다기보다 SK, 한화, 넥센이 지나치게 못 잡았다. 위만 바라봐도 두산(0.60), NC 다이노스(0.50), kt(0.48), 삼성(0.47)의 도루 저지율은 KIA보다 한참 앞선다. 또한, KIA의 도루 저지율은 지난 2년간(2013년 0.23, 2014년 0.28)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장족의 발전’과는 거리가 있다.
더욱이 여전히 상대는 KIA전에서 자신감을 갖고 뛰어다니고 있다. LG, SK, kt, NC, 삼성은 KIA를 상대로 총 22번의 도루 시도를 했다. 넥센(2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다른 팀들이 NC를 상대로 6번 밖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른 9개 팀에게서 자동문의 이미지를 지우지 못했다.
도루가 KIA의 5연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하긴 어렵다. 그러나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건 맞다. 1승 5패를 했던 지난주에만 무려 10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 1,2위인 삼성(20)과 NC(17)의 장점을 살려준 꼴이었다. 공교롭게 지난주 도루 시도조차 없었던 유일한 경기, 지난 12일 대구 삼성전에서만 홈런 4개를 앞세워 9-7로 이겼다.
상대의 베이스러닝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하면서 흐름을 내준 건 분명했다. 상대가 배터리를 자주 흔드니 그만큼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선발진은 누구도 퀄리티 스타트를 하지 못했다. 여기에 폭투(NC-삼성과 6연전서 5개)까지 남발하며 밥상을 차려주기까지 했다.
SK, 한화, 넥센에 비하면 낫다. 그렇지만 남과 비교할 게 아니라 지난해의 거울에 비춰봐야 할 것이다. 제자리걸음이다. 그리고 상대는 변함없이 ‘만만하게 느끼는지’ 뛰고 또 뛴다. 도루 시도 횟수가 늘고 있다
※KIA의 2013년 이후 도루 허용 및 저지 기록 | *14일 현재
2013년 허용 193-저지 57-도루저지율 0.23
2014년 허용 162-저지 64-도루저지율 0.28
2015년 허용 16-저지 6-도루저지율 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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