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조 추첨이 끝난 뒤 아시아축구연맹(AFC) 40개국의 희비가 엇갈렸다. 웃음꽃이 끊이지 않는 나라가 있는 반면, 얘써 표정관리를 하는 나라도 있다.
2019 아시안컵 예선을 겸하면서 월드컵 예선이 한 단계 줄었다. 과거에는 한국, 일본, 이란 등은 3차예선부터 참여했다. 어느 정도 걸러내면서 ‘죽음의 조’는 보통 3차예선에서 탄생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만 해도 이라크, 요르단, 중국이 A조에, 우즈베키스탄, 일본, 북한이 C조에, 호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가 D조에, 이란, 카타르, 바레인이 E조에 속했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진출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이 때문에 4년 전 최종예선에 올랐던 북한,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은 그 문턱도 밟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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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은 자칫 삐끗할 경우 가시밭길이 될 수 있다. 몇몇 조는 최악의 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부터는 한국, 일본, 이란, 호주 등이 참가한 데다 규모까지 커졌다. 40개국이 8개 조로 나뉘었다. 승점 자판기로 불리는 만만한 나라가 여럿 있다. 강팀들이 흩어지면서 ‘죽음의 조’는 딱히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최악의 조’는 탄생할 수 있다. 40개국 가운데 최종예선에 나갈 수 있는 건 12개국 만이다. 경쟁률 3.3대1이다. 각 조 1위 8개국과 각 조 2위 중 상위 4개국만이 최종예선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복잡한 수다. 과거에는 각 조 1위, 혹은 1,2위만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다른 조를 신경쓰지 않고 편성된 조에만 집중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7개 조 상황도 체크해야 한다.
특히, 조 2위가 돼도 탈락할 수 있기 때문에 조 1위를 향한 싸움이 치열하다. 또한, 조 1위를 넘보기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조 2위로 최대한 승점을 쌓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물고 늘어지는 조의 경우는 2위도 탈락 위기에 몰릴 수 있다. 혹여 포트4,5의 나라에게 덜미가 잡히면 깊은 상처가 될 수 있다. 즉 1,2경기라도 삐끗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홈 앤 어웨이 방식이 도입된 건 1998 프랑스 월드컵부터다. 그런데 그때부터 2회 연속 최종예선에 나가는 게 꼭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최종예선 진출 팀이 곧이 고대로 4년 뒤 다시 만난 적이 없다. 누구는 일찌감치 탈락의 쓴맛을 봤다.
그 비율은 2006 독일 월드컵부터 부쩍 많아졌다. 이번에 톱시드를 배정 받았던 UAE, 중국, 이라크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태국, 북한 등이 지난 3개 대회에서 그 아픈 경험을 했다.
‘최악의 조’가 되기에 충분한 조가 있다. 대표적인 건 H조다. 북한은 우즈베키스탄, 바레인, 필리핀, 예멘을 상대한다. 필리핀을 제외하고는 껄끄럽다. 북한 원정을 치러야 하는 우즈베키스탄, 바레인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최근 최종예선에 나갔던 3개국(북한, 우즈베키스탄, 바레인) 중 1,2개국은 조기 탈락을 피할 수 없다.
팔레스타인, 말레이시아라는 복병이 있는 A조와 전반적으로 평준화된 F조도 엉뚱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한국이 속한 G조도 다르지 않다. 쿠웨이트, 레바논은 과거 한국을 괴롭혔던, 악연의 상대들이다. 일본의 E조와 호주의
공은 둥글다. 포트가 높다고 최종예선 진출 티켓이 예약된 건 아니다. 누구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역사가 이를 말해준다. ‘최악의 조’에 속해 눈물을 흘릴 나라는 이번에도 나타날 것이다. 저마다 자신은 아닐 것이라고 굳게 믿겠지만 누구도 예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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