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필은 욕하지 마라.” KIA 팬 사이의 ‘불문율’이다.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누구라도 수긍할 수 있는 ‘무한사랑’이다. 언제나 변함없는 ‘복덩이’ 브렛 필은 KIA 특화형 외국인선수다. 기록만 살펴도 그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리고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건강하다. KBO리그에는 10명의 외국인 타자가 있다. 그런데 그 10명이 다 뛰고 있는 건 아니다. 부상 및 부진으로 얼굴도 보기 힘든 외국인 타자가 꽤 있다. 1군 엔트리에서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했다. 뜻하지 않게 ‘토종 타선’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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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렛 필은 극적인 홈런 2방으로 챔피언스필드를 찾은 관중을 열광케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꾸준하다. 필은 에릭 테임즈(NC)와 함께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필은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이다. 타율 3할5푼4리(7위), 29안타(1위), 5홈런(6위), 21타점(5위), 장타율 6할4푼6리(5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테임즈지만, KIA는 필이 있기에 전혀 부럽지 않다.
팀 내 비중만 고려하면 테임즈보다 더 크다. KIA는 필 밖에 없다. ‘필만 조심하면 돼’라는 게 KIA를 상대하는 팀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나지완, 최희섭, 이범호의 부진도 길어진 데다 김주찬까지 이탈해, 호랑이군단의 타선을 필 홀로 이끌어가는 모양새였다.
다재다능하다. 그의 주 포지션은 1루수. 그러나 팀이 원하면 혹은 자발적으로 팀을 위해서 ‘필요한 위치’에 선다. 좌익수, 우익수, 2루수 등, 수비 위치를 가리지 않는다.
광주형 타자다. 필은 홈(3할7푼8리)과 원정(3할2푼4리)에서 타율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챔피언스필드에서의 필이 더 무섭다.
장타율이 눈에 띈다. 원정에서 4할5리인 반면, 홈에서 8할4푼4리로 2배가 넘는다. 3루타 1개와 홈런 5개 모두 홈에서 기록했다. 자연스레 타점(홈 15타점, 원정 6타점)도 배 이상 많다. 삼진 비율 차이도 매우 크다. 원정 9경기에서 11차례 삼진 아웃을 기록한 반면, 홈 11경기에서는 딱 3번이었다. 챔피언스필드에서 필의 삼진을 보는 건 ‘신기한 일’이 될 정도다.
그리고 위협적이다. 한 놈만 패는 스타일이 아니다.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필은 두산, 한화를 제외한 7개 구단을 상대했다. 그 누구도 필을 무력화시키지 못했다. 극적인 동점 만루홈런을 쳤던 롯데와 3연전에서 타율 5할3푼8
KIA가 스윕을 당했던 NC와 3연전에서도 필만은 3할 타율(3할8리)을 작성했다. 상대팀별 최저 타율은 2할7푼3리(kt, 넥센)다. 못 쳐도 이 정도였다. 24일부터 차례로 KIA를 만날 두산, 한화로선 필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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